공동체 생활
개인적인 공부와 토론 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서로의 삶을 통해 생활 속의 진리를 배워 가는 것 또한 라브리의 특징입니다. 프란시스 쉐퍼가 시작한 최초의 라브리는 간사들의 집에서 학생들이 같이 먹고 자는 합숙 형태였습니다. 지금은, 한국 라브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라브리가 기숙사를 별도로 운영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모든 손님들이 라브리 간사들의 집 가까이 머물며 "확대된 한 가족"으로서의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간사들이 직접 정성껏 준비한 식탁에서 간사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나, 언제든지 상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라브리가 소수 인원을 유지하는 한 이유도 이와 같은 가족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라브리의 기숙사는 "예문실"이라고 부르는 네 개의 방과 응접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마다 1~3명씩 생활할 수 있으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남녀를 구분하여 방 배정을 하지만 성별에 따라 별도의 기숙사를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최대 12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나 편안한 환경을 위해 보통 10명 내외의 손님이 머물 수 있으며, 침대와 기본 침구들, 예를 들어 수건, 시트, 베개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라브리는 수련원이나 훈련소가 아니라 가정이기 때문에 엄격한 생활수칙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동생활 예의를 부탁합니다.
라브리에서는 일반적으로 반나절은 공부하고 반나절은 일하게 됩니다. 계절이나 필요한 작업량, 공부의 성격,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은 대개 오후에 합니다. 주로 식사 준비나 청소, 정원이나 채소밭 가꾸기, 장작패기, 페인트 칠하기, 잔디 깎기, 목공 등 시설을 유지하고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한 일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단기간에 집중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분에게는 충분한 공부 시간을 허락하기도 하지만, 함께 일하는 시간은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므로 가능하면 누구나 참여하시기를 권합니다. "노동과 섬김"은 공부한 내용을 실천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공부와 일, 강의 외에도 라브리는 충분한 자유시간을 제공합니다. 산책, 명상, 휴식, 취미생활 등을 자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만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즐겨야 합니다. 휴대전화 사용이나 인터넷 웹 서핑을 특별히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라브리에 머무시는 동안에는 휴식을 위해 가급적 전화나 인터넷,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현대의 숨 가쁜 생활에서 떠나 잠시나마 아름다운 자연과 라브리의 편안함을 마음껏 느껴 보고 가시기를 권합니다.
매주 목요일은 휴일입니다. 휴일에는 공부 시간이나 강의가 없으나, 저녁에는 영화 상영 등의 특별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휴일에는 라브리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인근 지역을 관광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손님들는 설악산, 오색 약수터, 하조대, 강릉, 속초, 정동진, 화진포 등 동해안의 유명한 관광지나 영화 촬영장 등의 명소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외박이 필요한 일정은 허락하지 않으나, 동해안 지역은 대부분 라브리에서 2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으므로 계획을 잘 세우면 당일치기로도 알찬 관광이 가능합니다. 주일(일요일)에는 라브리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거나 인근 교회에 참석합니다.
라브리가 수도원이나 기도원처럼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리라고 기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라브리는 생활공동체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떠들고 웃기도 하며 이야기도 하고 논쟁도 즐기는 가정이며 기독교 세계관과 비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씨름판을 벌이는 "영적 전쟁터"입니다. 그 밖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동물들이 울며, 동네 봉부들의 경운기 소리와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이나 구룡령 계곡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의 굉음 등 사람 사는 곳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러분의 공부를 다소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아직 미비합니다. 산간지방의 지형 특성과 라브리 건물의 구조상 장애자들을 위한 편리 시설을 준비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