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라브리 소식편지
강대욱, <커피스탠드‘진리’>, 2024. 서각, 옻칠 교칠(絞漆)에 음각, 38cm×19cm.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올해는 초겨울부터 날씨가 몹시 춥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마음도 얼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겨울 학기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청년들과 부대끼다 보면,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도 모르고 봄을 맞이했고, 겨울 학기에 예수님을 믿고 가는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겨울 학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이 앞섭니다. 추운 날씨와 비싼 전기세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온 나라를 뜨거운 얼음 국가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얼음 국가에서는 온 국민들의 손발만 아니라 마음 까지 얼어붙기 쉽습니다. 걱정과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폭언과 불신이 증거하고 급기야는 다시 한번 증오와 폭력이 나라를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 제가 최근에 묵상한 것을 먼저 나누고, 라브리 소식과 기도 제목을 부탁드리겠습니다.
1.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도 세상은 무서움과 놀람이 가득했습니다.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은 마리아를 아내로 데려오는 것을 “무서워”했습니다. (마태복음 1:20) 어떤 사람은 이 “무서움”은 심리적 공포가 아니라, 하나님의 초자연적 사건을 마주하고 난 후에 갖는 종교적인 경외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베들레헴 들판의 목동들은 천사들을 만나고 “무서워” 떨었습니다. (누가복음 2:9, 10) 목동들이 “무서워했다”라는 말은 ‘경악했다’, ‘두려워했다’라는 말인데, 그 말에서 “공포(phobos)”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일을 만나면, 기쁜 소식을 듣고도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 헤롯왕은 유대의 왕이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소동”했습니다. (마태복음 2:3). “놀라고 소동”했다는 말은 ‘내적 동요를 일으키다’, ‘마음의 평정을 잃고 몹시 당황하다’라는 말입니다. (마가복음 6:50; 요한복음 11:33) 여기에 “소동했다”는 말은 ‘놀랐다’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 마리아도 자기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서 이런 인사가 어쩜인고” (누가복음 1:29)라고 말한 것도,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릴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예상 밖의 일을 만나거나 낯선 사건을 만나면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선지가 스가랴는 “놀라고 무서워했다.” (누가복음 1:12)고 했습니다. 그는 “놀람과 무서움”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영적 지도자였는데도, 요셉이나 목동들보다 더 놀랐고, 헤롯왕이나 마리아보다 더 무서워 떨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안정감을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인간은 예상치 못한 일이나 큰일을 만나면 무섭고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태초 전부터 세우신 하나님의 계획이 수만 년이 지나 바로 지금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에 사람들이 놀라고 무서워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포(phobia), 놀람(troubled), 혼란(perplexed), 근심(anxiety), 두려움(fear), 걱정(debilitating worry)은 모두 평화와 반대되는 것들이며, 평화가 없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이 땅에는 평화가 시급합니다.
2. 거짓 목자들은 가짜 평화를 주려고 합니다. 거짓 목자들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놀람에 떨고 있는 것도 알고, 평화가 시급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가짜 평화로 무마하고 인기를 얻으려고 합니다. “이에 헤롯이 가만히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자세히 묻고,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아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찾거든 내게 고하여 나도 가서 그에게 경배하게 하라.” (마태복음 2:7, 8) 헤롯 왕처럼 가짜 평화를 제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 “욕망이 없는 상태가 평화이다.” (플라톤)
- “국력이 평화를 보장한다.” (마키아벨리)
- “정치적으로 잘 통제되면 평화가 이루어진다.” (Pax Romana)
- “내가 모든 문제를 풀어 주겠다.” (메시야 콤플렉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가짜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겠다던 사람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살인 명령을 내리는 사람으로 돌변했습니다.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마태복음 2:16)
예레미야스라는 학자는 “베들레헴의 당시 인구를 볼 때 약 20-30명의 아이들이 헤롯의 칼에 죽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기 예수는 부모님이 하나님의 예고를 듣고 속히 이집트로 피신하였기 때문에 그 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가짜 평화의 특징은 모두 비현실적인 언어 장난이며, 속임수이며, 성취 불가능한 약속입니다. 특히 예레미야는 성취 여부가 가짜와 진짜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를 예언하는 선지자는 그 예언자의 말이 응한 후에야 그가 진실로 여호와께서 보내신 선지자로 인정받게 되리라.” (예레미야 28:9)
3. 진짜 평화는 예수님으로부터 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한복음 14:27) 예수님은 평화를 주시러 온 왕입니다. 그는 세상 어느 누구도 줄 수 없는 하늘의 진짜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는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시므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영적인 평화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는 자기를 죽인 사람까지 용서하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원수까지 사랑하고 용서하여 내면적, 사상적 평화를 주셨습니다.
- 우리는 주님이 주신 이런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교회에서 죄를 짓지 않도록 조심하며, 나라 곳곳에 진정한 평화가 스며들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 우리는 거짓 목자들이 전하는 가짜 평화와 싸워야 합니다. 예수님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노라.” (마태복음 10:34)라고 말씀하신 것을 잊지 말고, 진리와 복음을 위해서 개인과 공동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 우리는 예수님이 주신 평화를 전하기 위해 주 안에서 기뻐하고, 관용하고, 생각을 똑바로 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끝으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빌립보서 4:4-9)
지난 가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저희 부부의 체력한계와 간사 부족으로 주말만 열었는데, 매우 다양한 손님들이 다녀갔습니다. 주말 손님 외에도 대학입학을 앞둔 고3 학생들도 약 30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처음으로 별무리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오셨는데,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읽고 온 학생들이라 토론과 질문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소명학교 학생들은 관계와 진로 문제를 많이 토론했습니다. 다녀간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믿는 것과 아는 것이 하나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대욱, <형통> 2024. 서각, 옻칠 교칠(絞漆)에 음각, 27.5cm×29cm.
所爲之事無不亨通 (시편 1:3)
주님께서 보내주신 강대욱 장로 (인간문화재 이수자, 서각 명인)와 성명희 권사 (전 포항YWCA 회장, 바리스타)가 강의와 식사를 잘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강대욱 장로는 ‘서각과 취미생활’이란 강의를 세 번이나 했는데, 포항제철고등학교에서 약 30년간 교직 생활을 한 분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명강의를 했고 학생들의 반응도 참 좋았습니다. 두 분은 교회 청년들과 제자들에게 강의할 계획과 해석이 담긴 서각 화보 발행을 기도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분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처음으로 학기 중에 제 모친 병문안을 다녀오느라, 일부 손님들에게 방문을 취소하는 일도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지난 추석에 라브리를 방문하셨던 제 모친 (한갑조 권사, 91세)은 최근에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하루빨리 주님과 남편을 뵙고 싶다며 기도만 하고 계십니다.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사시다가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혜진이가 지난 10월부터 간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성경 읽기 안내’ 시간과 ‘그림 속의 의심’ 등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습 간사 3년 동안 라브리 사역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미국 커버넌트신학교 온라인 석사코스 (M.A. Biblical and Theological Studies)에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건강과 학비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비는 코스 전체를 마치는데 책값 외 약 6천만 원이 필요하며, 지금은 약 5분의 1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 아내는 힘든 가운데서도 속이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학기 말에 속탈이 나서 며칠 고생을 하고 회복 중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손님들을 섬기고 학생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중에도 제 아내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강의를 했고, 저는 로체스터 라브리를 위해 온라인으로 ‘엘리야의 휴가법’을, 빛과소금교회 설립 20주년 기념예배에서 ‘세계관의 전쟁터에서 작은 교회가 살아남기’라는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양양라브리교회는 정다운마을에서 예배를 잘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자라는 데 따르는 사탄의 일상적인 반격과 장난에 성도들이 지혜롭게 대응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교자인 김진형 피택 장로는 ‘예레미야 공부노트’, 이상기 목사는 ‘소선지서 공부노트’, 저는 ‘사도행전 공부노트’를 탈고하고 소장용 복사본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해는 태윤과 현지 부부, 광식과 남정 부부, 대욱과 명희 부부가 협동 간사로 도와주어서 겨우 버텼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협동 간사들의 도움으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풀타임 간사들이 들어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에는 재정적으로도 겨우 버텼습니다. 매달 기본 지출에 급급하여, 집수리나 시설 보완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라브리는 모금운동을 하지 않고, 매달 먹고 살 돈을 하나님이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보내주시도록 기도한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기도와 헌금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 2025년 1월 4일 토요일 ~ 1월 27일 월요일 (매일 개방)
- 2025년 2월 22일 토요일 ~ 3월 25일 화요일 (토일월화 개방)
겨울 학기는 1월 4일에 시작하여 설날 직전에 마치며, 봄학기는 2월 22일에 시작하여 3월 25일까지 개방합니다. 겨울 학기는 태윤, 현지 부부가 다시 와서 도와주시고, 지난 여름에 공부하고 간 일본 학생이 와서 협동 간사로 일하며, 박진경 교사도 와서 일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날씨는 춥고, 세상은 정치로 어지럽지만 정직한 청년들이 정직한 대답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성탄절과 새해에도 평강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12월 18일
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