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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그렇게도 뜨거웠던 여름을 가뿐히 잊게 해 주는 시원한 가을입니다. 이곳 설악산의 단풍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내게 됩니다. 설악산이 아니라도 우리나라엔 산이 많아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단풍을 즐길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올해도 산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산을 만드시고 산에 사계절 다른 옷을 입히시는 창조주를 알고 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가을 학기를 10월에 열었습니다. 추석 직전 9월 중순에 저희 막내 의진이의 결혼식이 있었거든요. 의진이와 아내가 된 예슬이를 잘 아는 회사 지인이, 두 사람의 배우자 조건이 똑같이 ‘믿음 좋은 이성’이라는 걸 알고 소개한 지 1년여 만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듣고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결혼식 소식을 못 받았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신랑, 신부의 뜻대로, 의진이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만 알리기로 했거든요. 두 사람이 바랐던 오직 그 “믿음”으로 어려운 인생을 잘 이겨내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0월엔 <라브리 특별 강좌 및 창조론 필드트립>이 2박3일 간 열렸습니다. 7일에는 기독교세계관 지도자들을 위해 이윤석 박사의 발제와 토론, 8일에는 40여 명을 위해 신국원, 양승훈 교수님의 명강의와 뜨거운 토론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9일에는 강원 지역 국가지질공원 탐사가 있었고요. 양양, 속초, 고성 지역의 목사님들과 성도들이 참석하여 더 좋았습니다. 기독교세계관이 지식인들의 운동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성도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도록 성령께서 인도하시길 기도해 주십시오.

이 가운데 10월 학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라브리는 매 학기 오는 사람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것이 매력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 다름의 폭이 좀 컸다고 할까요? 우선 손님들의 국적과 배경이 매우 다양했습니다. 프랑스인, 러시아인, 미국인, 인도인, 네덜란드인, 오랫동안 선교지에 계시다 쉬러 오신 선교사님,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 마음의 깊은 상처로 온몸이 상한 사람 등이 찾아왔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와중에 라브리의 기본적인 프로그램마저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기마다, 하나님께서는 저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도우시고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여느 때처럼, 이번 학기 말에도 간사들은 두 손을 들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사람들을 보내 주시는 분도, 바꾸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니, 하나님의 선하신 뜻에 그 사람들을 맡깁니다.

벌써 일 년째 낯선 손님들을 섬기느라 수고하는 성준 & 미라 부부와 재능기부를 하고 간 아기새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하면서도 매 학기마다 하나님께 맡기며 일하는 법에 더 익숙해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라브리는 하나님의 것이니까요.

아마 라브리 편지를 기다리는 분들은 기도 편지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에 대해 궁금하시지요? 저희의 게으름을 용서해 주시기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가을 학기를 마치고 제가 기도 편지를 쓸 차례인데,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거든요. 폐암 재발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하느라 부득이하게 늦어져 죄송합니다.

제가 입원한 암 병동은 전이, 재발, 합병증,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처음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르도르를 연상시킬 정도로 병동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습니다.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그 침묵 속에 숨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곧 암 병동의 주인도 하나님이시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 간병인들, 열심히 청소하고 허드렛일을 다 하는 환경부원들, 정해진 시간에 회진하며 환자들의 상태와 하소연을 신중히 듣는 의사들을 보며, 저 같은 환자 한 사람을 위해 수백 명이 24시간 수고하고 있다는 새삼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암 자신도 숙주인 사람을 죽인 후엔 따라 죽어야 하는 헛된 일을 죽어라 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계셨습니다. 이 곳에도 복음의 빛과 사랑이 불어 넣고 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소개받은 몇몇 환자들의 마음 속에 하나님께서 찾아가 주셔서 참 생명을 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수술 후 1년 만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합니다. 원인을 캐내고 싶은 게 우리네 마음이지만, 이 재발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 믿고 “암을 낭비하지” 않으려 다짐합니다. 제 안의 죄를 죽이고,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특히, 베드로가 말했듯, “거룩한 선지자들이 예언한 말씀과 주 되신 구주께서 너희의 사도들로 말미암아 명하신 것을 기억하게” (베드로후서 3:2) 간구해 주십시오. 감히 바라기로는, 저를 생각하며 기도 하시는 중에 저와 함께 (고통은 제외하고) 하나님 약속의 소망과 은혜를 듬뿍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몸이 약한 혜진 간사가 날마다 강건해지도록, 그리고 하나님께서 혜진이와 함께 일할 간사들을 보내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제 남편에게도 강건함과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바쁜 중에도 별채를 지키는 성준 & 미라 부부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라브리의 남은 일정을 알려 드립니다.

죄와 고통이 가득한 세상에서 말씀대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든 기도 가족 여러분에게, 이번 가을에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하시고 신실하신 지혜와 능력과 영광이 가득히 드러나기를 기도합니다.

병원 문을 나서며

박경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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