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2026년 3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진
[사진: 장슬기 교사 (별무리학교)의 창조론 패러다임 강의]

기도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결국은 지나가고 벚꽃과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네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많아서 연초에 보일러를 새로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새 보일러를 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헌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저의 폐암 소식으로 기도 가족 여러분을 놀라게 해 드린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늦게나마 드립니다. 저는 폐의 1/4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후 네 번에 걸쳐 항암 주사를 맞았습니다. 하나님의 돌보심과 기도 가족 여러분의 기도와 헌금에, 또한 세심한 도우심에, 예수님의 보혈을 나눈 형제자매의 사랑이 얼마나 큰가에 감격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라브리 가족이 기도해 주시는 가운데, 항암치료 가운데서도 공동체로 사는 삶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얼어붙는 추위 속에 하나님을 위해 게다가 저의 몫까지 채워가며 넘치도록 수고해 준 스태프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태윤과 현지와 아루, 진경, 성준과 미라, 혜진, 인경에게 어떻게 고맙다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수고를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신다는 약속으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어느 때는 하나님께서 변화시키시는 손님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느라, 제게 붙은 ‘암 환자(?)’라는 꼬리표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 후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지난 겨울학기를 돌아보겠습니다. 라브리의 일상 외에도 세 번에 걸쳐 큰 모임이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세계관 포럼에서 청년들의 발표를 세심히 듣고 논평을 해 주셨던 이윤석 박사의 책—<하나님의 나라와 정치적 중도의 길>과 <하늘 시민권자 땅의 정치에 책임지다>—북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라브리 손님들과 양양 지역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오셔서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유익한 토론을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 동미라 사모의 해금 연주는 모두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또한 양양 속초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라브리 강의가 처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감사하게도 혜진 간사의 강의 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봄에 주일학교 교사들을 위해 같은 강의를 다시 한번 해줄 것을 부탁받았습니다. 이 강의가 청소년들에게 신선하고 실속 있는 접근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청소년들이 교회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믿게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대공대 기도 모임의 방문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휠체어를 탄 형제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휠체어 진입로를 만든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참 감사했습니다. 기진 연구원의 강의 를 듣고 열띤 토론이 식사 시간 후까지 이어졌습니다. 다 마치고 떠나기 전 저희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공대뿐 아니라 다수의 단과대학에 기도실이 있고 기도 모임이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복음의 불모지 같은 대학에 기도실이 있고 기도 모임이 곳곳에 있다니… 대학에 기도의 불이 붙고 무신론적, 다원주의적 대학 지성이 하나님의 지성으로 바뀌도록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겨울에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손님들은 연령대로 보았을 때 10대에서 70대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이 편지에 모든 사람을 언급할 수 없기때문에 간단하게 말씀드리고 기도를 부탁하고자 합니다.

하나님과 기독교에 무디어진 10-20대: 이번에 온 10-20대는 대부분이 기독교대안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신앙이 있으시지만, 이들에겐 ‘하나님'이나 ‘기독교적'이라는 단어가 텅빈 메아리처럼 들립니다. 다음 세대까지 신앙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라브리에 며칠 머문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라브리를 비롯하여 기독교대안학교, 교회, 부모들이 다음 세대를 잘 이해하고 복음의 핵심을 깊이 전달하며, 무엇보다 복음이 어떻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가를 일상의 삶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가정과 직장에서 믿음을 살아내려 안간힘쓰는 30-40대: 결혼 전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한창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하나님과 멀어진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원론의 영향으로 종교적인 삶이 일상생활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청년부 등에서 시스템을 잘 따라가는 삶에 익숙했다면, 나 혼자 아이들과 함께 씨름하며 “종교적”이지 않은 일상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능동적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전쟁이지요. 타락한 세상의 실체를 볼 때마다 실망하고 나 자신이 그 타락의 일부임에 치를 떨게 됩니다. 일터의 부당함 속에서도 주님의 고난에 묵묵히 동참하며 장차 누릴 영광을 소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 자리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신실하게 감당하고, 동료들에게 복음을 나누며, 스터디 모임으로 기독교 신앙과 정체성을 굳게 다져가며, 일상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가정에서 흔한 죄에 무감각한 50-70대: 우리네 가정은 어떤가요? 매일 부딪히고 피하기를 반복하며 분노를 쌓다 보면, 어느새 문제 해결을 포기한 채 깊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종종 이를 ‘한’이라 부르며 체념하듯 당연시하곤 하지요. 마치 하나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인 양 체념하면서요. 신자들조차 이 아픔을 주님께 가져가 사과와 용서, 감사로 풀어내는 일이 드물어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 겨울엔 용기를 내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분들을 친히 인도하시고 결국 이분들로 인해 하나님께서 기쁨으로 그 가정의 주인으로 복귀하시리라 믿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의 피로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우리 가족이 이 땅에서만 아니라 영원한 가족이 되기를 원하시지 않습니까?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을 영원한 가족으로 대하며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시작해도 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배우고 돌아보며 회개하도록 도와준 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다음은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 시간을 기도 가족께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선정에서 토론 인도까지 태윤 헬퍼 (사진 작가)가 인도를 맡았는데, 이번에도 좋은 영화들로 손님들의 마음에 감동과 생각할 것을 많이 안겨 주었습니다. 이번 학기엔 ‘도전’이라는 큰 주제로 매주 다른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중에서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3,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 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참석을 못했기 때문에 혜진 간사가 토론 시간을 간략히 각색하여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3월~8월까지의 계획을 알려드립니다. 3, 4월에는 저의 건강 회복을 위하여 이사회의 허락을 받아 라브리를 닫고 쉬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려요. 4월 초에는 네덜란드 라브리에서 열리는 정기 국제라브리위원회에 인경 간사가 다녀옵니다.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5, 6월에는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단체들이 다녀가고, 6월 말에는 문을 활짝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의 동역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에 어마어마한 전쟁이 중동과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그 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작게는 우리의 일상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복음이 매일 증거되기를 기도합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생명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환희를 함께 맛보고 싶어, 제가 좋아하는 글귀와 성경구절을 나누며 마칩니다.

“세상의 모든 색깔과 그림자가 달라져서 아이들은 그 순간 중요한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가, 잠시 후에야 깨달았다. 돌탁자가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나 있었던 것이다. 아슬란은 … 언덕 꼭대기를 빙빙 돌기도 하고, 잘하면 꼬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아이들 사이로 가볍게 뛰어들기도 했다… 이제 아슬란과 루시와 수잔은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며 함께 털과 팔과 다리를 포개고 뒹굴었다.” – C. S. 루이스, <사자와 마녀와 옷장> 후반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스바냐 3:17)

감사의 마음을 담아

경옥 올림

ENGLISH | 후원 안내 | PC용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