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고난주간은 길지만, 부활절은 단 하루로 끝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부활절을 며칠간이라도 연장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부활의 능력과 소망은 며칠만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늘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4월 초에 정광식, 이남정 집사 부부께서 별채에 경량 철골과 목재로 휠체어 진입로를 만드셨습니다. 라브리에는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이 편하게 올라올 수 있는 진입로가 없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인들이나 불편한 분들이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생겨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라브리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서 공사비를 지불할 돈이 없어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두 분이 “모든 것은 저희 부부가 기부금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시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진입로로, 가까운 정다운마을의 형제, 자매가 휠체어를 타고 와서 차를 마시고 쉬다가 갔습니다.
양양으로 이사 오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몇 주 전에는 라브리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어성전으로 이사 온 젊은 목회자 부부를 만났습니다. 미국에서 사역하시다가 귀국해서 양양 읍내에 가정 교회를 개척한 부부도 만났습니다. 양양 주민의 대부분이 낙산사나 신흥사 신도들이고, 신자들도 교회를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도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 변호사 가정이 몇 년째 양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드디어 집을 구입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앞마당만 아니라 뒷마당까지 채소밭을 만든 것으로 보아, 좋은 먹거리가 나올 것 같아 기대도 되고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일전에는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낮에 발생한 인제 산불이 밤사이에 라브리가 있는 동네 (서면)을 덮칠 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고, 손님들과 간사들, 모두 일곱 명이 양양 읍내로 긴급대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웃에 사는 의용 소방대장은 대피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2005년 낙산사 산불, 2016년 라브리 난로 과열 사건, 2019년 송천마을 산불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하룻밤을 밖에서 지내고 들어왔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바람을 잠재우셨고, 소방관들도 큰 수고를 하여, 산불은 양양으로 건너오지 않고 꺼졌습니다. 손님들은 나머지 일정을 잘 보내고 돌아갔습니다. 걱정하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차세대 리더를 키운다’라는 설립이념을 가진 국제꿈의학교 (설립자 겸 교장 황성주 박사) 학생들과 교사 등 40여 명이 와서 떡과 차를 즐기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분별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강의를 듣고 갔습니다. 국제꿈의학교는 횡성 해밀리 단지 내 시설을 이용하는 기숙학교이며, 기독교 대안학교입니다. 대안학교들은 일반학교들과는 달리 체험 중심의 교육, 특성 개발 교육, 진로 교육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운영합니다. 올해도 소명학교, 높은뜻씨앗학교, 별무리학교 학생들이 다녀갈 예정입니다. 찾아오는 학생들이 십자가와 부활 신앙의 진리에 눈을 뜨고 돌아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주말 연휴에는 직장인들이 집을 가득 채웠습니다. 멀리 제주와 광주, 부산에서도 오고 서울과 대구에서도 왔으며, 그 중에는 중국인 아내와 결혼 2주년을 맞이한 부부가 있어서 축하 파티를 하는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연휴에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박민아 산부인과 의사가 와서 식사를 도와주었습니다. (마침 임신 중인 손님도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청한 사람도 없었으나, 부활하신 주님께서 휴식과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필요한 사람들을 나라 구석구석에서 불러주셔서 매우 풍성한 연휴를 보냈습니다. 특히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죄나 억지 주장만 아니라 사소한 죄를 고백하고 사과하는 모습들을 보며, 부활의 능력을 다시 맛보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멀리서 휠체어를 타신 손님이 오셨는데, 라브리 본채에서 내려가다가 넘어지셔서 얼굴과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안경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얼굴은 약 100바늘이나 꿰매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앞으로 성형수술과 치과치료가 남아있지만, 감사하게도 식사도 하시고 운전도 하실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이고 계십니다. 다친 분은 물론이고, 같이 오신 손님들이 매우 침착하고 분별력 있게 대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고가 난 후에 라브리 시설들을 살펴보니, 안전한 진입로도 없고, 숙소나 화장실 등에는 턱이 많고, 특히 2층 예배실에 올라가는 계단은 너무 높아 보여, 지금까지 장애인들과 노약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 매우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5-7월에 오시기로 약속된 손님들과 돕는 헬퍼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높은뜻씨앗학교 학생, 교사 등 10명 방문 (5.20-23). 헬퍼: 김태윤, 김현지
- 나눔교회 남성도 모임 (신재용 집사 외 7명) 방문 (5.30-31).
- 기독교세계관 지도자들 (양승훈, 김도형 목사 등 3명) 방문 (6.4-6.5).
- 별무리학교 학생, 교사 등 13명 방문 (6.10-12). 헬퍼: 정광식, 이남정
- 여름 합숙 학기 (6.28-7.24). 헬퍼: 김태윤, 김현지, 정광식, 이남정
- 기독교세계관학교 (약 17명 참석, 7.25-28). 헬퍼: 김태윤, 김현지, 정광식, 이남정, 박진경
나라가 복잡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기도만 아니라, 영적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구약에서 “지식”, “명철”이라는 단어는 분별력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며, 분별력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실천적 지혜 (practical wisdom)’입니다. 단순한 지적인 능력이나 철학적 사색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특정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올바르게 판단하며,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byn (בין)
- 500회 이상
- 이해하다, 깨닫다, 주의를 기울이다, 깊이 숙고하다; [명사] 이해력, 합리적인 사고력, 논리적 추론과 식별 능력.
- 신명기 4:6 “너희는 지켜 행하라 이것이 여러 민족 앞에서 너희의 ‘지혜(hokma)’요 너희의 ‘지식(byn)’이라. 그들이 이 모든 규례를 듣고 이르기를 이 큰 나라 사람은 과연 ‘지혜 (hakam)’와 ‘지식(byn)’이 있는 백성이로다. 하리라.”
sekel (שֶׂ֫כֶל)
- 16회
- 통찰력, 신중함, 특정 상황에서 지혜롭게 행동하는 능력.
- 사무엘상 25:3 “그 사람의 이름은 나발이요 그의 아내의 이름은 아비가일이라 그 여자는 ‘총명 (sekel)’하고 용모가 아름다우나 남자는 완고하고 행실이 악하며 그는 갈렙 족속이었더라.”
shama (שְׁמֹ֙עַ֙)
- 1,000회 이상
- 주의 깊게 듣고, 분별하며, 순종하는 것.
- a) 사무엘하 14:17 “내 주 왕은 하나님의 사자와 같이 선악을 ‘분간 (shama)’하시나이다.” b) 열왕기상 3:11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것을 구하였고 자기를 위하여 장수도 구하지 아니하고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네 원수의 생명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 (shama)’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hokma (חָכְמָה)
- 약 150회
- 실천적 지혜, 삶의 기술적 능력, a) 실용적인 전문 기술과 b) 관계, 리더십, 의사 결정에서의 지혜를 포함함.
- a) 출애굽기 35:31-32 “하나님의 영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 (hokma)’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정교한 일을 연구하게 하시며 금과 은과 놋으로 일하게 하시며” b) 신명기 34:9 “여호수아는 ‘지혜 (hokma)’의 영이 충만하였으니 이는 모세가 그에게 안수하였음이라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의 말을 순종하였더라.” c) 잠언 9:10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 (hokma)’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명철 (byn)’이니라.”
hakam (חָכָם)
- 130회 이상
- 능숙한, 현명한, 신중한, 실천적 판단과 분별력이 뛰어난 사람.
- 창세기 41:39 “바로가 요셉에게 이르되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을 네게 보이셨으니 너와 같이 ‘명철 (byn)’하고 ‘지혜 (hakam)’있는 자가 없도다.”
taam (טַעַם)
- 13회 이상
- 명철, 지혜, 분별, 신중, 맛, 미각
- 시편 119:66 “내가 주의 계명들을 믿었사오니 좋은 ‘명철 (taam)’과 ‘지식 (daat)’을 내게 가르치소서.”
특히 마지막 단어인 “명철”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타암 (taam, טַעַם)”이란 말인데, ‘지혜’, ‘분별’, ‘신중’, ‘미각’이란 뜻이며, 많은 성경은 “판단력”이나 “분별력”이라고 번역했습니다.
- “내가 주의 계명을 신뢰하니, 올바른 통찰력과 지식을 가르쳐 주십시오.” (표준새번역).
- “내가 주의 계명을 믿었사오니 좋은 판단력과 지식을 내게 가르치소서.” (현대인의 성경).
- “Teach me good judgment and knowledge: for I have believed your commandments.” (KJV, NIV, ESV).
- “Teach me good discernment and knowledge, For I believe in Your commandments.” (NASB 1995, MEV).
본래 “타암 (taam, טַעַם)”이라는 단어는 ‘맛’이나 ‘미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음식이나 와인을 맛볼 때,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느끼고 입 전체와 목구멍으로 온도와 식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음식을 맛보듯이 현명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퍼거슨 (Sinclair Ferguson)은 이 단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타암’이란 단어는 분별 있는 판단을 내리는 능력, 상황과 행동의 차이를 구별하고 그 도덕적 의미를 인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개인, 집단, 심지어 (복음) 운동의 영적, 도덕적 상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그리고 같은 구절에 있는 “지식” (시편 119:66)이라는 히브리어 단어 “다트 (daat, דַ֣עַת)”라는 말도 ‘지식’, ‘재능’, ‘지혜’, ‘분별’이라는 뜻인데, ‘도덕적인 측면을 가진 선명하고 확실한 지식’, 즉 분별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선한 분별과 판단을 하고, 선명하고 확실한 지식을 갖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 사도 역시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같은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 “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또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 (빌립보서 1:9, 10)
바꿀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니버 (Karl Paul Reinhold Niebuhr)의 기도가 생각납니다.
하나님,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에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일수록, 기도 가족 여러분의 가정과 교회에 사랑과 영적 분별력이 풍성하여 선악을 분별하며 사시기를, 그리고 진실하여 주님을 만나는 그 날까지 허물없는 삶을 사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5년 5월 11일
양양에서 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