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나님께서 우리의 하나님(분깃, 기업)이 되심을 만끽하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매서운 바람이 온 세상을 얼어붙게 했지만, 여기에서도 변함없이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기도가족 여러분과 나누며 또한 기도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2025년은 저희 어머니(성인경 간사의 어머니)의 소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91세로 천천히 기력이 쇠하여 가시다가 결국 호흡이 약해지며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 그리도 가고 싶으셨던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10년 전 아버님을 여의신 후 점차 거동이 불편하게 되시면서 어머니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기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라브리 기도편지를 자세히 읽으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위해서 기도하고 계시는 사람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뭘 기도해야 하는지 묻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시며 그 다음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뿐 아니라 기도가족 여러분께서도 저희가 보내 드리는 편지를 자세히 읽고 계시는 것에 저희가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어머니는 저희의 기억 속에 고운 모습을 남기고 천국에 먼저 가셨습니다. 저희는 육신의 어머니뿐 아니라 같이 손잡고 일하던 친구와 기도의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어머니가 생각날 때면 라브리 수목장에서 쉬고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부활의 날에 하나님의 능력으로 다시 살아나 따뜻한 뺨을 맞댈 수 있으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다시 기억하며 발걸음을 가볍게 돌립니다.
부활을 믿으시나요? 아니면 그냥 “희망 사항”입니까? 부활의 흔적은 매년 봄이 되면 우리 주위의 자연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겨울에 죽은 것처럼 보이던 나무와 풀들이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납니다. 예수님도,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고 말씀하셨지요. 루이스 (C. S. Lewi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과 재생’패턴이 자연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먼저 그 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적>, 227쪽).
예수님은 하나님이면서도 인간으로 태어나셔서, 죽으셨다가, 그 분의 법칙에 따라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러기에 그 분을 믿는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서 부활합니다. 말이 되지 않나요? 저는 양쪽 부모님 네 분을 다 떠나보내며 부활을 더욱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온전히 하나님을 섬기고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만날 것이 기대됩니다. 그 때 기도가족 여러분도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장례식을 마치자마자 라브리 학기를 시작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식사 당번인 것을 잊어 버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광식, 남정 집사님과 태윤, 현지씨 그리고 한 살난 ‘아루’의 특별한 도움, 그리고 헬퍼로 도와준 다연, 아키오, 진경씨가 없없다면 1월 한 달을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훌륭한 헬퍼들로 인해 거듭 감사드립니다.
추운 겨울은 여름과 달리 자신의 질문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추워서 바깥 활동을 잘 못하기 때문이죠. 기독교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하나님 믿기가 힘들어진 청년이 왔습니다. 기독교의 진리성에 관한 책들도 읽어 보았지만, 여전히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성경 자체를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미 알고 있다고, 성경 실력도 꽤나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마치 성경을 처음 읽는 사람처럼 하루에 한 장씩 씹듯이 읽으며 질문하고 답을 찾았습니다. 요한복음을 읽었는데, 1장 14절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에 걸렸습니다. ‘왜 굳이 육신이 되었을까? 나 같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텐데. 인간들은 환영은커녕 예수님을 죽이고 말았는데 왜 굳이?’
이 청년은 요한복음을 계속 읽어 나가며 예수님의 대화에 놀라고 비유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왜 굳이 고난을 자초했는지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청년의 2025년 1월은 여기에서 끝났습니다.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 답을 이 청년이 마음으로 생각으로 인정하고 믿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몇 달간 이단에 빠져 있다가 라브리에 온 청년도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매일 간사와 만나 정통 기독교 교리를 배우고 이단에서는 그것을 뭐라고 가르쳤는지 자기 말로 토해냈습니다. 그리고 매주 세미나를 열어 발표하고 다른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족들이 연루되어 있어서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담당 간사가 그 어머니께 그 이단의 정체를 알려 드리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손님들이 이 청년을 안타까워하며 몹시도 사랑해 주었습니다. 2주 정도 집에 갔다가 다시 라브리로 돌아오는 이 청년, “여기가 바로 제가 있을 곳이에요 (This is where I belong)”라고 말한 이 청년이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을 만나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가 하면 유명한 네덜란드 개혁신학자인 헤르만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을 읽으며, 어려운 내용을 나누어준 청년도 있었습니다. 정확한 내용 이해와 설명, 질문에 대한 대답도 곧잘 하는 그를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그를 좋은 일꾼으로 키우고 계심에 감사와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 외에도 진로를 찾는 청년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청년들,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싶은 이들 등 다양한 손님들이 매서운 바람을 뚫고 양양까지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도 그들과 함께 계시기를 기도합니다.
누군가 “라브리는 오고 싶다고 해서 오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자기도 여러 번 오려고 했지만, 꼭 필요할 때 오게 되었다고요. 그렇습니다. 라브리는 성령께서 인도해 주시지 않으면 아무나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고 죄짓는 일에 발 빠른 저희 간사들이 성령께서 보내 주시는 분들을 같은 성령의 도우심과 성령께 순종함으로 잘 섬기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간사들을 보내 주시도록 오늘도 기도해 주세요. 제 남편이 올해 70입니다. 은퇴해야 하는 때가 된 거지요. 좋은 간사팀을 만들어 주고 은퇴할 때까지 국제 라브리의 양해를 얻거나, 올봄의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은퇴 시기가 늦추어진다면 좀 더 일할 수 있겠지요. 사실 은퇴 시기보다는 주님의 뜻이 더 중요합니다. 저희 부부가 떠나는 날까지 하나님께 순종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얼마 전에 여호수아서를 읽으며, 모세의 명령에 대한 그의 순종에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모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도 여호수아는 모세 앞에 있는 것처럼 순종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저희는 나이가 70살인데도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습관이 안 되어 아직도 한발씩 늦게 순종합니다.
작년 가을에 간사가 된 혜진이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일어를 해왔는데, 마치 하나님께서 한국 라브리에 일본 사람 보낼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오신 것처럼, 혜진이가 일을 시작하자마자 일본 학생을 보내 주셨습니다. 커버넌트신학교의 온라인 수업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혜진이의 장학금을 보내 주셔서 저희는 놀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혜진이의 건강은 하나님께서 많이 회복시켜 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화에 어려움이 많고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혜진이를 위해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라브리 재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모두가 어려운 때입니다만, 하나님께서 저희가 먹고 일하고 집 고치는데 필요한 헌금을 보내 주시기를 같이 기도해 주십시오. 혹사당하다시피 일한 부엌의 오븐이 교체를 기다리고 있고, 수많은 간사들이 살다간 백암당 앞에는 시멘트가 침하 되어 수리가 시급한 상태입니다.
이번 주일 (2월 16일) 오후 2시에는 정다운마을에서 양양라브리교회 설립 감사 예배를 드립니다. 다과회는 오후 3시에 라브리에서 가집니다. 정다운마을이 중증장애자 복지원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에, 예배에는 순서를 맡은 사람들만 참석하고, 라브리에서는 교제 시간을 가집니다. 1992년에 정다운마을이 개원한 이래로, 38교회 김동일, 곽루디아 목사가 소수의 장애자들을 모아 예배를 드렸고, 라브리 간사들과 양양의 많은 목사님들이 약 20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설교로 도왔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다가 2023년 여름에 코로나가 해제되고 난 후에, 정다운마을 기도가족들이 라브리 가족들과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하여 같이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소속교단은 라브리를 세운 프란시스 쉐퍼 목사가 설립한 국제장로교회 (IPC)이며, 담임은 이상기 목사입니다. 라브리와 정다운마을이 위치한 구룡령은‘아흔아홉 구비가 용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거리는 백두대간 상의 고갯길’이라는 말이며, 일곱 개 마을에 불교와 미신이 가득하며, 교회가 없는 곳입니다. 새로 시작되는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여름에는 그동안 멈추었던 기독교세계관학교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나라도 시끄럽고 정치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학교를 세우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을 분별하여 시대를 살아내는 청년들을 키워야 할 필요가 더 크지 않을까요? 기도로 이 일에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주제: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 날짜: 2025년 7월 25일 (금요일) -28일 (월요일)
- 장소: 라브리선교회
- 초청강사: 이윤석 박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 원장) 외
- 참여방법:
- 전체일정 참석 (라브리에서 숙박)
- 부분일정 참석 (외부숙박, 원하는 시간에만 참여)
- 성격:
- 대학생, 청년, 목회자, 구도자, 모두 함께 고민하며 정직한 질문과 정직한 대답을 나눈다.
- 강의, 발제, 토론, 식사, 교제, 티타임, 영화, 노동을 함께 하며 말씀을 살아내는 연습을 한다.
- 발제자: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성경적 관점으로 글을 써서 발표한다. 혼자 준비하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예비모임을 가지며, 필요하면 간사나 라브리 연구원과 1:1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
- 발제자 접수, 3월 14일
- 온라인 예비모임, 3월 15일(1차), 4월 19일(2차)
- 원고 마감, 6월 15일
- 문의, 접수: registration@labri.kr, 033-673-0037
새해가 되어도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분들도 있지만, 늘 기도해 주시고 헌금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사정을 다 모르지만, 우리 주님은 알고 계시기에 그 분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훗날 하나님 나라에 가면 뵙겠지요? 예수님의 십자가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그 사랑의 빚은 역시 갚을 능력이 없어 그것도 예수님에게 미루어 놓았다고 말하며 웃겠지요?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5년 2월 12일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