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께 올립니다.
이번 편지는 기도 가족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옆의 사진은 지난달 보강공사를 마친 본채 뒤의 옹벽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북경, 씬디아 목사님 부부가 남겨놓으신 헌금과 정광식 집사님의 수고와 여러분의 기도로 지어진, 옛날 성벽을 연상시키는 튼튼한 벽입니다. 올 장마를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의 기도로 제 남편은 외부 설교와 강의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도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산재건교회 방문은 매우 뜻깊었습니다. 라브리가 공식적으로 생기기 전부터 도와주시기 시작해서 3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는 참 고마운 교회입니다. 놀랍게도, 마산재건교회는 라브리 기도 편지를 선교위원들이 함께 읽고 기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희를 위해 따로 목장 모임에서도 별도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개인 기도 가족만 아니라, 이렇게 함께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교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고 감격스럽습니다. 멀리 설악산 산골짜기까지 찾아오는 한 생명 한 생명을 살리시기 위해, 이렇게 광대한 규모로 일하시며 동시에 자녀들의 기도에 세밀히 귀 기울여 들으시는 우리 하나님께 무슨 말로 감사하며, 무슨 찬양을 올려드릴 수 있을까요?
대전 대덕한빛교회에서 진행하는 ‘예수제자학교’에서 약 15년째 강의를 다니고 있는 제 남편은 이번에는 ‘지식인들의 세계관’이란 강의를 하였습니다. 대덕한빛교회는 카이스트 옆에 있는 지리적 특성상, 과학기술 계통의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많은 교회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저와 같은 사람에게도 해당이 되는 내용이기에, 여러분께도 도움이 될까 하여 조금만 인용해 봅니다.
지식인들은 이념적으로 ‘극단’을 취하기 쉽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모든 이슈에 대해 극단과 양극화, 진영논리가 가득합니다. 한국의 문제는 빈부격차나 세대차이가 아니라, 프랑스 사회철학자 소르망(Guy Sorman)이 2003년에 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한 말처럼, “이데올로기의 양극화”입니다. “한국에는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은 물론이고 정치나 성장 산업도 발목이 잡힐 것이다.” 그의 경고를 듣고, 20년 동안 기독 지식인들은 극단과 양극화와 진영논리를 완화하려고 노력했습니까, 아니면 악화시키는 데 앞장섰습니까?
지식인들은 종교적으로 위선자가 되기 쉽습니다. 팀 켈러(Tim Keller)는 <복음전도: 사도행전 공부>에서 지식인들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것을 좋아한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말하면서 내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말하면서 논쟁에서 이기기를 좋아한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말하면서 이기적인 동기로 말한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말하면서 자기를 은근히 과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지식인들처럼, 저와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까요?
라브리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도,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가 신앙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성경을 같이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습니다.
“어라, 이 사람들은 성경이 정말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고 있네. 이 사람들은 성경을 약간의 진실과 많은 허구로 구성된 문서라고 생각을 안 하네.”
이런 분들이 라브리에 오는 날은 토론이 뜨겁습니다. 성경읽기 시간에 시작한 토론이 식사 시간에도 끝나지 않아, 그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분들에게 진리와 사랑을 함께 전달하기 위해(에베소서 4:15)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때도 많습니다. 어려운 만큼 기도 가족 여러분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병을 얻었거나 공부, 취업 등이 순조롭지 않아 하나님을 원망하고 신앙에서 돌아서려는 대학생 청년들도 옵니다. 이상하게도, 불평이 있으면 하나님께 끈질기게 따지기라도 해야 하는데(욥처럼), 불평을 품은 채 슬그머니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 우리 죄인들의 마음인가 봅니다.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라브리를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신앙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을 둔, 흔히 말해, “모태 신앙인데요”라고 말하는 신앙의 2~4세대 자녀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가 쇠퇴하는 중심축에 서 있는 청장년들이 모태신앙의 끝자락에서라도 찾아오니 안타까우면서도 반갑습니다. 여러분도 바울 사도가 보여준 자기 민족에 대한 사랑을 아시죠?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들에게는 양자 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와 약속들이 있고…”(로마서 9:2-4)
우리는 흔히 바울을 ‘이방인을 위한 사도’라고 부르지만, 바울은 이방인들을 전도하기 전에 언제나 유대인들의 회당부터 찾았습니다. 그는 박해를 받고 거의 죽을 정도로 맞으며 쫓겨날지언정 자기 민족을 잊지 않았습니다.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바울은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기를 원한다는 그의 애끓는 마음을 이렇게 토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복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많은 모태신앙 자녀들이,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복음을 박해했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도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온갖 좋은 선물과 부모님이 물려준 신앙적 유산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말하는 자녀를 바울과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고 계십니까? 포기하지 마시고 하나님의 위로로 잘 견디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반대로 자녀들을 세상에서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세상’이라는 우상과 ‘하나님’을 같이 섬기도록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에서 하나님의 청지기로 살아야 하기에,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출세와 성공은 우리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하나님의 손에서 훔쳐내어 우리 손에 거머쥘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살 때, 혹은 하나님을 ‘우리를 뒷바라지해 주는 집사’ 정도로 여기며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참고 기다려주시기도 하지만 우리를 내버려 두신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이번 여름에도 주말(금~월)에만 개방합니다. 장기간 머물 계획을 가졌던 분들께 몹시 죄송하며 그분들의 길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개인들도 찾아오고 외국인들도 찾아오지만, 이번 여름에는 단체로 찾아오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두 교회 청년 약 30여 명이 와서 같이 예배도 드리고 강의도 듣고 갔습니다. 저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사정에 맞게 사람들을 보내 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에 머리를 숙입니다.
간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더운 여름에 헬퍼로 도와줄 태윤과 현지씨 부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현지씨는 임신으로 입덧이 심해 얼마 전에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특별히 기억해 주십시오. 저희는 정직한 구도자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모태신앙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 이들의 아픔도 함께 끌어안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장에서 같이 일할 좋은 간사들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평생 라브리에서 일해온 미국 사우스보로우 라브리의 딕 카이즈(Dick Keyes) 간사는 방광암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며, 호주 라브리의 헤더 스투트먼(Heather Stootman) 간사는 임파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언어와 피부색을 넘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함께 울고 웃으며 사랑하던 선배들이 당하는 고통에 저희의 마음도 몹시 아픕니다. 헤더의 말을 옮깁니다. “이 타락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자기 자녀에게 영원히 선을 베푸십니다. (In everything this broken world brings along God is eternally good to those who are his).”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라브리 간사들을 위해서도 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라브리 앞에 있는 중증장애인 시설인 정다운 마을의 예배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정다운 마을에는 상주하는 원생과 직원들이 100여 명이 넘습니다. 몇 년 전에 슐튼(Cordell Schulten) 한동대 교수가 짧고도 분명하게 말씀을 전하실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생기자,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지난 3년간 예배가 중단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릴 때 뇌성마비를 앓았으나, 컴퓨터 기술이 뛰어난 상래씨는 온라인으로 저희와 함께 예배도 드리고 성경 공부를 해 왔습니다. 이제 정다운 마을에서 예배를 드려도 좋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라브리 채플 가족들이 정다운 마을을 잘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올여름에는 기도가족 여러분의 지친 심신이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3년 만에 열리는 교회 여름 행사나 여름 휴가에서 다시 새 힘을 되찾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엇보다“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생각)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2)는 말씀이 이루어져, 진정한 회복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복된 여름을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2023년 6월 26일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