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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한껏 내린 비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쩍쩍 갈라진 메마른 땅에 숨을 불어 넣어 준 것도, 제주도와 남도 지방에 넘치게 와서 피해를 준 것도 오랜만에 찾아와준 봄비니까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것을 보면, 어떤 상황에서 양가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비단 사람 마음만은 아닌가 봅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라브리의 마당은 분주합니다. 레미콘 돌아가는 소리, 나무 자르는 소리, 일꾼들의 고함, 덩달아 짖어대는 동물까지…. 봄 내음도 가득합니다. 풀 내음, 꽃 내음, 공사 인부 대접하는 봄나물 내음, 시끌벅적한 라브리가 산 희망(living hope)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서는 어떤 소리, 어떤 내음이 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오후입니다.

4, 5월 라브리는 손님 대신 인부와 주변 정비를 위해 도움을 주시는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4월 말부터 라브리를 든든히 지켜줄 뒷산 축대 옹벽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일이었음에도 공사비용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김북경, 신디아 목사 내외분이 라브리에 남겨준 유산과 정광식 집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여기저기, 곳곳을 손보고 계심을 옆에서 지켜보며 가슴 벅참을 느낍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예산을 넘어가는 것이 공사인가 봅니다. 공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경비와 인부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뒷마당에서 옹벽 공사가 한창일 때, 앞마당에서는 데크 공사가 벌어졌습니다. 데크 공사를 위해 울산에서부터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이충성 전 간사 부부가 이틀 동안 비가 오는 와중에도 상한 나무를 교체하며 데크를 안전하게 수리해 주셨습니다. 행복한 믿음의 가정과 일하는 것은 천국의 한 자락 같았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관리하는 것이 때로는 버겁고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으로는 한꺼번에 필요한 부분을 모두 수리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은 때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손님 화장실 수리 등 남아 있는 공사들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루어 가실지 욕심내지 않고 하나님 때에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5월 중순에는 높은뜻씨앗학교에서 고등학생들과 선생님 등 10 명이 라브리를 방문합니다. 성기진 박사의 ‘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과학주의의 한계와 과학 너머 진리와의 대화’, 경옥 간사의 ‘고통에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인경 간사의 ‘이단 대처법’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성경 읽기와 영화 토론회를 인도합니다. 이 기간에 지난번 학기에 헬퍼로 도움을 주었던 태윤, 현지 부부가 식사 및 제반 사항에 도움을 주시고자 방문합니다. 간사와 헬퍼들이 학생들의 영혼이 시대정신과 현대 문화에 도둑맞지 않게 잘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축하할 일도 있습니다. 수년 전에 라브리에서 예수님을 믿고 가신 분이 여기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5월 13일입니다. 이 부부가 말씀에 순종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르는 믿음의 가정이 되도록, 간사들이 결혼식 음식과 필요한 것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인경 간사는 네덜란드 국제 라브리 회의를 잘 마치고 무사히 귀국했고, 경옥 간사는 서울 강서구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샬롯 메이슨과 살아있는 책”이란 제목으로 강의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의 기도와 사랑, 하나님의 보살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경 간사는 5월에 대덕한빛교회, 구세군청년모임, 마산재건교회 등에서 많은 강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늘의 지혜와 분별력으로 필요한 말과 꼭 해야 할 말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인경, 경옥 간사가 세월이 흐르며 건강과 체력이 쇠하여 가지만, 갈렙처럼 속사람이 강건해지고, 주님을 잘 따르려고 애쓰는 모습에 같이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5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개방하는 초여름 학기에도 성령께서 라브리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주시고, 필요한 재정도 보내주시고, 영혼을 귀하게 여기고 하늘나라에 소망을 둔 간사들도 보내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저는 민수기 11장을 묵상하며 늘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애굽에서 나왔으니 더이상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 생활을 하던 애굽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두 마음을 가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았습니다.

  1. 왜냐하면 노예였지만 나름 인정받고 부를 축적하며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고생스러웠으나 어느 정도 의식주가 잘 해결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애굽 사람들에게 기생충처럼 붙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 자유의 가치와 책임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참자유보다도 현재의 삶이 주는 안전과 안정에 그 가치를 몰랐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소망을 품지 못하고 지금 배부른 것을 선택하는 자에게는 광야야말로 그저 고생길, 고난의 길이었고 의미 없는 발걸음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유의 소중함을 느낀 사람들은 우상에게 그루밍을 당하는 노예 생활에 처절한 환멸을 느끼고 선하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그루밍(grooming)을 사모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사람과 문화에 그루밍을 당하지 말고 하나님 말씀으로 그루밍을 받는 기도 가족 가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3년 5월 7일

옹벽이 튼튼해지는 라브리를 바라보며 삼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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