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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오늘 제주에는 겨울의 끝을 알리는 매화가 만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매화가 피면, 그다음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이어서 벚꽃도 핍니다. 아마 한 달쯤 후에는 저희가 사는 설악산기슭에도 산 벚꽃이 피겠지요?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기 때문에, 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집니다.

지난겨울에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방마다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밥상은 음식으로 가득했습니다. 믿음이 좋은 사람들도 많이 왔다 갔지만, 믿다가 쉬는 사람들도 많이 다녀갔습니다. 열일곱 살 때 예수님을 믿지 않기로 커밍아웃을 했다는 청년은 그동안 기독교를 오해한 것을 후회하며, 가족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돌아갔습니다. 또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지만, 진정한 대화와 토론 그리고 말씀으로 죄를 깨닫고 새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고 돌아갔습니다. 모두 배운 말씀에 잘 순종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된 영하의 날씨에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느라 수고한 헬퍼 부부는 라브리에서 만나 결혼한 태윤씨와 현지씨였습니다. 신혼에 일이 버거웠는지 몸살이 나기도 했습니다. 몇 학기째 저의 딸 혜진이가 등록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약한 몸으로 동네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손님 식사 준비도 조금씩 돕고 있습니다. 요즘은 팀 켈러의 ‘부활절을 준비하는 말씀 묵상’을 저희 부부에게 읽어 주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현석 간사는 지난 일 년 동안 기도 가족, 후원자, 이사, 연구원, 간사들을 인터뷰한 후에, ‘라브리 컨텐츠 경영 계획서’를 쓰고 연구원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글을 써서, 리더 훈련용 교재, <리더라면 프랙티스하라>(북소울)를 출간했습니다.

손준원 연구원은‘라브리 컨텐츠 플랫폼 제작’실무팀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자료 선정, 정리, 발표까지 많은 손길과 기도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삼원 간사는 여러 사람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상담학 석사과정을 잘 마쳤습니다. 아신대 학생상담소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해 보고 싶다고 해서, 이번 학기도 일주일에 하루는 아신대로 출근합니다.

저희 부부는 지난 주에 청년신학아카데미에서 주최한‘라브리의 문화변증적 전도 세미나’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었고, 한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김선일 교수가 라브리의 전도 특징을 세 가지로 잘 요약해 주었습니다. 김 교수 부부는 오래 전 서울 라브리에서 헬퍼로 섬긴 적이 있는데, 평생 라브리에서 일한 저희보다 라브리를 더 잘 알고 분석해 주었습니다.

라브리의 전도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여러 이름을 붙였습니다. 쉐퍼는“문화 변증학 (cultural apologetics)”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라브리가 각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을 접촉점으로 삼아 전도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오스 기니스는 쉐퍼의 전도법은 “개인적 전도법 (one to one personal evangelism)”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마 쉐퍼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전도했다는 말일 것입니다. 김선일 교수는“생태적 전도법 (ecological evangelism)”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합일적인 전도”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아마 공부와 삶과 대화가 하나로 통합된 전도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바울 사도가 한 가지 방법에 매이지 않고 사람들의 고민과 긴장과 문제의 유형을 따라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유형별 전도법 (typological evangelism)”이라고 불렀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 하였으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여하고자 함이라.”(고린도전서 9:19-23) 바울 사도가 나눈 유형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그러나 MZ들을 만나면서, 이상의 모든 전도법을 응용한 새로운 전도법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들은 시간을 많이 내어주지도 않고, 진짜나 가짜의 차이도 믿지 않고, 자기 고민이나 질문을 심각하게 토론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MZ에게는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분명하고 재치 있고 센스 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순발력 있는 변증학 (spontaneous apologetics)”이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세상은 날이 갈수록 더 어지럽지만, 한 생명을 구하고 일꾼으로 키우는 일은 중단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부터 초여름까지는 주말만 개방하고, 한여름에는 전 기간을 개방하며, 가을에는 다시 주말만 개방할 계획입니다. 성령께서 라브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세심하게 골라서 보내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고, 땀을 흘리며 손님들을 대접하고 숙소를 관리하며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을 천하를 얻는 것보다 귀하게 여기는 간사 후보들이나 헬퍼들을 보내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여 년 전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진 양양에서,

2023년 3월 1일

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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