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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코로나 속에서도 잘 지내고 계십니까? 라브리는 코로나 때문에 지난 봄 부터 지금까지 개방과 폐쇄를 반복했습니다. 개방 기간은 짧아서 소수의 청년들이 다녀갔지만, 폐쇄 기간은 길어서 내부적인 일과 공부를 하며 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번 지난봄에 이어 이번 초여름 학기에도 코로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다 돌려보내고 한 청년을 남겨 두었는데, 바로 그 청년의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쉬는 기간에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그 청년이 라브리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소개하오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가만히 계셨던 것이 아니라 줄곧 내게 손을 뻗으셨고, 톡톡 건드려도 보셨고 넘어뜨려도 보셨고, 지켜봐주시고 보호해주기도 하셨으며, 거의 다 왔다며 응원도 해주셨고, 마지막 걸림돌을 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아쉬워하시기도 하셨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밟고 지나갈 돌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시며 잘 가고 있다며 기특하게 여기기도 하셨다... 이렇게 성령님은 나에게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셨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셨고, 나의 교만과 죄를 보여주셨고, 주님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 석 달 동안 나와 동행 하셨던 하나님이 앞으로도 나와 함께하실 것을 믿고 그 분을 의지하면서 살아야겠다.”

매우 섭섭한 일도 있습니다. 충성 간사가 사임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에 결정했으나 미리 알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이제야 알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오랜 꿈이었던 “귀어촌 준비를 위해”, 즉 어촌 마을로 가서 살기 위해 6년간 일하던 라브리 간사를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국제 라브리 간사들이 라브리 사역을 그만 둔 후에 목회를 하거나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우체부로 일한 사람들은 더러 있었으나, 저지대인 어촌으로 가는 분은 충성 간사가 처음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충성 간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그를 대신할 좋은 간사나 일꾼들을 보내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원 간사는 가을부터 상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양평에 있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기독교상담 석사과정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공부하며 5학기 코스입니다. 그동안 청년들을 도우며 보다 전문적인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때에 하나님께서 주인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우선 공부가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그 다음에는 라브리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창희 간사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공부 모임을 인도하고 있고, 부인 지은씨는 라브리 회계 업무를 잘 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채플에서 어린이 성경 이야기 시간을 맡았습니다.

두 간사의 빈자리가 크기 때문에, 예년과 같이 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여 하반기는 2주씩 열고 닫고를 반복하려고 합니다. 예상 개방 기간은 9월 14~27일, 10월 12~25일, 11월 9~22일, 12월 7~20일입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라브리의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하나님께서 특별히 선택해서 보내주시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라며, 좋은 간사들이나 헬퍼 혹은 자원 봉사자들이 지원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프랑스 여자 청년이 내년 봄에 일을 도우며 공부하고 싶다며 벌써 연락이 왔습니다.

한 달 이상 계속된 장마와 폭우 때문에 나라 곳곳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라브리도 본채 2층 마루 일부와 벽난로 대리석이 들고 일어나서 수리가 필요합니다. 빗물이 벽난로 벽을 타고 내려와서 마루로 스며들어가며 융기 혹은 태기 현상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무료 임대하던 별채가 11월 말이면 부동산에 넘어가는 다급한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본채 지붕 교체와 벽난로 철거를 더 이상 미루면 위험할 것 같아서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공사 예상 금액은 약 1500만원입니다. 안전한 공사와 필요 경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집이 안전하려면 지붕도 새지 말아야 하지만,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 핵문제나 남북통일의 실마리도 풀지 못한 상태인데 코로나 확산과 부정부패 등으로 나라가 매우 시끄러우니 기도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의 생각이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청년들의 가슴에 냉소, 분노, 절망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산 속에서 청년들을 전도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의 입에서도, “노래도 듣기 싫고 포도주는 입에 쓰니 즐거운 것도 싫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며칠 전에는 <이사야>를 읽다가, 고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멀리하다가 단계적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을 읽고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여 놀랐습니다. 멸망의 1단계는 가치관적 혹은 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 것입니다. “애굽인의 정신이 그 속에서 쇠약할 것이요”(19:3) 멸망의 2단계는 경제적인 붕괴와 실패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나일 언덕의 초장과 나일 강 가까운 곡식밭이 다 말라서 날려가 없어질 것이며”(19:7) 멸망의 3단계는 정치적 지도자들이 문제해결은커녕 날이 갈수록 더 어리석은 정책을 내 놓는 것입니다. “소안의 방백은 어리석었고 바로의 가장 지혜로운 모사의 책략은 우둔하여졌으니”(19:10)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정신적 기초에 달렸다는 것을, 라브리 연구원들이 같이 공부하고 있는 프란시스 쉐퍼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로마제국도 내부적 기초의 허약성 때문에 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마는 강하고 위대한 군사력을 가진 제국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기초가 없었고, 절대적 가치관이 없었으며, 그들의 신(神)마저도 매우 인간적이고 시시 때때로 마음을 바꾸는 존재였기 때문에 로마는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는 외부의 침입으로 멸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할 만한 내부적 기초가 없었기 때문에 망했다. 단지 야만인들의 침입은 내부적 멸망을 조금 더 빠르게 완결 지어 주었을 뿐이었다.”

멸망의 경고 속에서도, 이사야가 “그 날에”라는 말로 한 가닥 희망을 가졌듯이, 우리도 나라의 기초가 바로 세워져서 열방의 복이 되는 날을 위해 기도해야 되겠습니다. “여호와께서 애굽을 치실지라도 치시고는 고치실 것이므로 그들이 여호와께로 돌아올 것이라. 여호와께서 그들의 간구함을 들으시고 그들을 고쳐 주시리라. 그 날에 애굽에서 앗수르로 통하는 대로가 있어 앗수르 사람은 애굽으로 가겠고 애굽 사람은 앗수르로 갈 것이며 애굽 사람이 앗수르 사람과 함께 경배하리라. 그 날에 이스라엘이 애굽 및 앗수르와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 주시며 이르시되 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하실 것임이라.”(아사야 19:23-25)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시대에, ‘포스트팩트 (가짜 뉴스) 세상에서 진실 가려내기’라는 시기적절한 글을 하나 찾았습니다. 알리 벨시(Ali Velshi, 저널리스트, MSNBC의 앵커)가 쓴 글인데, 퀸즈대학교 동문회지 편집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지현석 연구원이 번역을 하였습니다.(라브리 자료실에서 찾아보시든지 메일 주소를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코로나와 태풍, 그리고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현실 속에서도, 주님께서 두 손을 들어 여러분을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멀지 않아 여러분과 저의 입술에서 다시 노래가 나오고 포도주가 달고 기쁨이 회복되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2020년 8월 28일

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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