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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 속에서 무사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희는 지난 두 달 동안 반나절은 일하고 반나절은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동체 사역의 특수성 때문에 몇 가지 원칙 안에서 5월 11일부터 다시 개방하기로 하였습니다. 1) 장기 등록자를 우선순위로 받는다. 2) 부부나 가족 외에는 1인 1실을 드린다. 3) 모임과 식사는 가급적 넓은 장소에서 한다. 4) 도착 시 및 매일 체온을 측정하며 호흡기 증상, 발열 등이 있는 분은 바로 조치한다. 5)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을 때는 반나절은 일하고 반나절은 공부하는 것을 계속한다. 라브리와 같이 먹이고 재우며 복음 전하는 데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간사들과 찾아오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대중 집회 삼가, 재택근무, 주일 예배 자제 등 여러 가지 화두를 남겼습니다. 자가 격리 중에 아래와 같은 소식은 제 가슴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약자들이 많이 죽었다.” “자가 격리 중에 있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 “의료인들 중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왔다.”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졌다.” “소상공인들은 도산 직전이다.” “주일 예배를 안 드리니 신앙도 식고 기도도 안 하게 된다.” “교회를 안 가니 헌금도 안 한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가족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나 신앙이 흔들리고 있는 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현대 문명의 교만을 부수고 그 허실을 다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현대 과학과 정치, 경제 제도는 인간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최고 권위와 해결사”를 자처했으나, 코로나는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거짓말이라는 것을 여실히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현대문명 비하론’에 동조하거나 ‘과학기술 무용론’이나 ‘무정부론’을 주장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과 정치, 경제가 자기 역할을 할 때 혹은 하나님 나라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섬기는 종노릇을 잘 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입니다. 어려운 중에도 묵묵히 헌신적으로 수고한 겸손한 의료인들과 정치가들과 기업인들을 존경하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병과 죽음과 재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최근 십 년 동안에만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전염병뿐만 아니라 전쟁과 지진과 태풍, 화재 등 각종 재난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런 질병과 재난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우며 비정상적인 일이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는 이런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 심해 질 것이므로 너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난리와 난리 소문을 듣겠으나 너희는 삼가 두려워 말라. 이런 일이 있어야 하되 끝은 아직 아니니라.”(마태복음 24:6)는 말씀을 기억하고, 잘못된 종말론이나 이단적인 교훈에 현혹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앞으로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최근에 출현했던 에볼라, 사스, 메르스보다 코로나가 더 무서웠던 이유는 그 확산 속도와 높은 사망률만이 아니라,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었습니다. 기침도 하지 않고 열도 없는 잠복기 중에도 감염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무증상에, 공기만 아니라 접촉 감염도 가능하고, 사망률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바이러스 자체보다 부작용이 더 무서운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공포, 분노, 불신, 불안, 집단 우울증, 각종 차별, 혐오, 무관심, 탈 진리(post-truth) 등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무서운 부작용들이 동반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전 세계가 힘을 합하여 이런 것들을 잘 극복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탈 진리”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탈 진리”는 우리나라에서 사실과 조작, 옳은 것과 틀린 것, 진실과 거짓 사이에 구별이 없는 것으로 통합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탈 진리는 진실에 대한 공유 된 객관적인 표준의 소멸 혹은 사실 또는 대체 사실, 지식, 의견, 신념 및 진실 사이의 미끄러질 듯 안 미끄러질 듯 하는 완곡한 헛돌기에 대한 철학적, 정치적 개념”이라고 합니다. 참 말과 거짓 말 사이의 모호한 줄타기, 공권력을 빙자한 보호와 감시의 정치, 어용 지식인들의 부끄러움이 없는 말장난, 악의 평범성과 양극화의 교묘한 이용 등, 탈 진리는 때와 장소와 영역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종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이런 시대정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도 기회와 변증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국가재난지원금”, “민생지원금” “학자금 지원금” 등의 이름으로 공짜심리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도 “1+1 공짜 마케팅”, “눈먼 돈을 챙기는 법”, “일 안하고 돈 버는 법”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여야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돈을 나누어 주자고 하니, 온 국민들이 공의와 진리보다는 이해관계에 더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이스라엘이 망한 이유에 대해 “그 입으로는 사랑을 나타내어도 마음으로는 이익을 따름이라.”(에스겔 33:31)고 진단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말하는 “이익”은 폭력이나 불법에 의한 이익을 말하며, 어떤 영어 성경에서는 ‘부정한 수단으로 얻는 수익(ill-gotten profits)(ISV)”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지나친 지원금 정책이 국민들을 공짜 심리에 병들게 하지 않을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기독교인들에게 양심적인 선택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직장을 잃었거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 졌거나 어려움에 빠진 분들 외에는,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양심적으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2) 국가와 후손들의 재정적인 부담을 줄이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고 3) 돈으로 양심과 주권을 사려는 사람들의 숨은 의도에 속지 말아야 하며 4) 자식들에게 불로소득이나 공짜 돈은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좋고 5) 하나님 앞과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함입니다. 어려운 시대에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잘 세우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4월 30일

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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