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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위잉~ 끼이익~ 부웅~ 투둑~ ” 요즘 라브리의 아침을 깨우는 의성어들입니다. 1월 1일 산불로 인해 타버린 나무들을 벌목하는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저 소나무들이 자라기 위해서는 몇 십 년이 걸렸을 텐데, 잘려나가는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울창하고 푸르던 숲이 마치 이발 한 듯이 민둥산이 되어가는 그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라브리의 겨울 학기는 산불보다도 뜨거웠습니다. 홈스쿨링에 도전하는 고등학생, 삶의 철학적 문제에 봉착하여 방황하는 대학생들, 생활 패턴이 무너졌거나 감정적 상처가 너무 깊거나 도덕적 해이와 냉소적인 마음으로 인해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을 만큼 지친 청년들, 수많은 환자를 돌보다가 인생 후반을 다시 준비하는 의사들,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기독교에 실망하기 시작했다가 신앙의 뿌리까지 흔들리게 된 성도들, 외국에서 오랫동안 이민 생활을 하다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오신 60대까지…….

어떤 사람들은 방이 부족하여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면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이 간사들과 손님들을 위해 만찬을 준비하기도 했답니다. 진경 헬퍼와 성민 청년이 수고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청년들 중에서 “그리스도인과 부동산”, “예수님은 사람입니까?”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밤이 늦도록 라브리의 불이 꺼지질 않았지요. 오랜 공부 끝에 성경 속에서 찾은 대답은 마치 뜨거운 사우나를 한 후에 맛보는 개운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울고 웃는 중에 새롭게 정립된 지식과 하나님의 은혜로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을 가지고 떠나는 청년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무너지고 지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회복의 기회가 있다면, 한 때의 슬럼프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이 죽음에서 부활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기독교는 이런 회복과 부활을 말하는 유일한 진리라는 말의 무게감을 실감합니다. 그 중 한 청년이 보내 준 편지를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제 미숙함으로 라브리의 좋은 프로그램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20대 중반부터 예배만 참석하다보니 형제간의 나눔이나 교제가 영 어색한 게 되버렸더라구요. 이 부분은 제가 좀 노력해 보려구요. 일상 속에서 가족, 친구들과 하나님에 대해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고 교회의 교제 모임에 참여하는 식으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참여한 중보기도 시간, 다른 사람들의 신앙과 삶에 대해 들었던 티타임 시간, 간사님이 이끄신 성경모임 등등, 다 즐겁더라구요. 노동시간도 신기하게 의미 깊게 생각되어 열심을 내게 되었고, 비 오는 늦은 밤에 맛난 커피 마신 것도 신났어요. 권해주신 두 책 읽으면서 조용히 방 안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저에겐 되게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늘 tv, 유튜브로 시끌시끌한 채로 생각 없이, 감각 없이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으니까요. 간사님들의 헌신과 삶-신앙을 분리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도 제게 작은 울림이 되었습니다. 신앙을 너무 비밀한 곳에 처박아 두고 혹은 너무 저 위로 올려버리고 띄엄띄엄 찾았던 것 같아요. 일과 중에 하루의 수많은 상황과 감정 사이사이에 주님 찾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 청년이 고백한 것처럼, 요즘은 신앙을 사변적 영역에 두거나 너무 은밀하고 추상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참인지 가짜인지 자주 흔들리고 의심합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순간순간 예수님을 만나는 것,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신다.’는 것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나쁜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가짜 회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틴 로이드존스(Martyn Lloyd-Jones) 목사가 <회심: 심리적인 것인가 영적인 것인가>라는 책에서, 정신분석학자 사강(William Sargant)이 쓴 <정신세계의 전쟁>을 비판하면서 한 말인, “가짜 회심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사강이 다음과 같은 매우 위험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간 정신의 메커니즘을 선하거나 혹은 악하게 만들기 위해 회심이 사용될 수 있다. 회심은 일종의 세뇌이기 때문에 뇌의 자극을 통해 얼마든지 회심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혹은 ‘기독교인들 중의 잃어버린 사람’에게 바른 기독교 진리를 알리고 훈련시켜서 교회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쁜 그리스도인들과 가짜 회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이 열둘을 내보내시며 명하여 이르시되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고, 오히려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마태복음 10:5-6)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꺼번에 많은 일들과 수많은 손님들로 바빴던 라브리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수 백 명을 먹이느라 수고했던 오븐, 멀리까지 찾아온 사람들을 따뜻한 방에 재우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보일러, 수많은 사람들의 옷과 침구류를 하루 종일 빠느라 힘들었던 세탁기, 낯선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느라 시달렸던 동물들까지, 모두 새로운 학기 준비를 위해 잘 정비되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라브리 마당은 인경, 충성, 의진씨의 도움으로 환경 정리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손 봐야 할 것들이 많으니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라브리의 내일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교리적 거룩성과 영적 실재성을 잃지 않도록, 현대적 이슈에 침묵하지 않고 기독교세계관적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라브리에서 일할 좋은 부부 간사가 들어오도록, 김종원, 성기진, 조창희, 장윤석, 임자헌 연구원들을 위해서, 라브리에 필요한 건물과 시설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봄 학기는 4월 26일에 시작해서 6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여름학기는 7월 5일에서 8월 14일까지 열게 됩니다. 귀한 손님들의 방문과 세계관 포럼이 준비되어 있으니 기도해 주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6월 9일 오전 10:30 채플에는 윈터 교수의 설교가 있으며 오후에는 상담학과 관련된 대담을 가지려고 하오니,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registration@labri.kr)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8월 15-17일에 포럼에서 발제나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충성 간사(cslee@labri.kr)에게 연락을 하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기도를 더 부탁드립니다. 1. 겨울 학기가 끝나자마자 국제라브리 연례회의에 참석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던 인경, 경옥 간사의 영육간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 2. 의진씨의 다음 진로와 혜진씨의 대학원 논문을 위해서 3. 충성, 삼원의 라브리 간사로서의 지혜와 생각, 건강, 체력을 위해서 4. 결혼 후 석 달간 라브리에서 신혼생활을 했던 형운, 찬미씨의 대전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부탁 드리는 것은 영국에서 췌장암으로 고생하셨던 김북경 목사님이 2019년 4월 27일 향년 81세로 소천하셨습니다. 조문기간은 영국현지 시간으로 5월 3일~4일 오후 2~7시, 장례예배는 영국현지 시간으로 5월 10일(금) 오전 11시이며, 장소는 런던한인교회(킹스톤 소재)입니다. 병상의 고통에서 벗어나 이제는 천국에서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실 김북경 목사를 위해, 그의 남은 가족과 신디아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겨울에는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봄이 되니 새 생명들이 땅 속 깊은 곳, 나무 둥치 깊은 곳에서 움트고 나오는 어린 새싹들이 보입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 가운데에서도, 때로는 죽음이 주는 이별 가운데에서도 주님이 주시는 부활의 생명이 넘치는 봄맞이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2019년 4월 29일

벌목 소리가 요란한 양양에서 삼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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