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해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수많은 사람들에게 식탁교제, 개인지도, 노동, 침실준비, 말씀전달 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의 세심한 손길과 여러분의 기도와 선물 그리고 헌금 덕분이었습니다. 지금도 저희가 안식월을 보낼 동안에 하나님이 하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겁습니다. 충성 간사는 캐나다 라브리에서, 삼원 간사는 네덜란드 라브리에서, 저희 부부는 양양 라브리에서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 삼원 간사의 고백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네덜란드 라브리에 가기 얼마 전에 그 곳에서 유학중인 한 부부가 연락을 주셨습니다. “네덜란드에 오시면 함께 교제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분은 델프트공대에서 토지계획 박사과정을 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가끔 네덜란드 라브리를 방문하는 분이었습니다. 처음에 연락을 받고는 “그 쪽으로 갈 일이 생기면 만나보고 싶다.”라고 대답하고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네덜란드 라브리가 개방일을 일주일 연기하게 되었고, 저는 이미 비행기를 예약한 상태라 취소하기 어려웠습니다. 바로 그 분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남편과 상의한 후에 생면부지인 저를 자기 집에서 머물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앞날을 미리 아시고 앞서 일하신 하나님의 손놀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여름에 런던갈릴리교회 윤상현 목사님이 양양을 방문하시고는, 영국에 계신 김북경 목사님과 신디아 사모님을 수발하는 따님이 힘들어 하신다는 소식을 들려주셨습니다. 말씀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은미씨를 제가 돕고 싶습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너무나 대책 없이 던진 저의 한 마디를 지켜주시기 위해 하나님은 다음과 같은 폭풍 질문을 하시고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셨습니다.
“그 곳까지 무슨 경비로 갈래?” “그 곳의 사정이 어떤지 너는 모르잖아?” “아픈 분들 집에서 같이 잘 거냐?” “바로 옆집에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
하지만 어쩌시겠습니까? 당신의 자녀가 내뱉은 말이니, 하나님은 책임 있는 아버지로서 얼른 바쁘게 일하셨습니다.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를 위해, 부모님이 아이 모르게 밤새 선물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김북경 목사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존과 힐러리(John & Hilary Blake)라는 분의 아들과 며느리를 먼 호주로부터 네덜란드 라브리로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네덜란드 라브리에 머물고 있던 바로 그 때에 말입니다. 제가 그 댁에 도착했을 때는, 네덜란드에서 만난 손주들이 비둘기가 되어 저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다 해놓았고, 저는 김 목사님 댁 바로 옆집에 3주간 머물며, 은미씨가 못다 한 일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저의 말을 지켜주셨을 뿐만 아니라 저의 낯가림과 불필요한 걱정까지도 말끔히 해소 시켜주셨습니다.
몇 주 전에 있었던 6명의 국제라브리 이사들의 한국 방문도 하나님의 실존을 체험하고 과시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모든 이사들은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도 되기 전에 (주)이롬이 주최한 이틀간의 ‘리더십 포럼’에서 좋은 강의를 해 주었습니다. 이롬 직원들과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170 여명의 청년 지도자들이 도전을 많이 받았는지 좋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통역은 윤유니스 성서유니온 간사와 성기진 라브리연구원이 수고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일에는 모든 이사들이 두레교회, 송파제일교회, 한성교회, 꿈이있는교회, 강릉중앙성결교회로 흩어져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평소에는 성도들이 라브리를 찾아오지만, 이번에는 라브리 간사들이 교회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교회를 도왔습니다. 밤늦게 설악산 기슭에 모인 이사들이 ‘리더십 포럼’과 한국교회 경험 이야기를 나누느라 주일 저녁 식사 시간이 얼마나 길어졌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으시겠지요?
다음은 영국 라브리의 대표인 짐(Jim Paul)이 서울에서 포럼과 교회 설교를 마친 후에 양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벌어진 작은 일입니다. 교회에서 사준 버스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여 강릉을 둘러 양양까지 4시간 이상이 걸리는 버스표였고, 그것도 강릉에서 내려서 바꾸어 타라는 잘못된 정보를 들은 터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녁 식사 시간에 늦는 것은 물론이고, 낯선 땅에서 지친 몸으로 헤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없는 짐에게 메일로 “양양으로 바로 오는 버스로 바꾸어 타라.”는 메일을 보내놓고는 기도하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짐이 휴대전화를 갖고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 날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해 듣고는, 저희는 매우 작은 일까지 챙기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놀랐습니다. 짐이 안내원에게 표를 보여 줬더니, “이 표는 둘러 가는 표이므로 더 쉽고 빠른 차편으로 교환하는 것이 낫겠다.”며 새 표를 구해 주었답니다. 그 사람 덕분에 짐은 빠르고 안전하게 양양에 도착했고, 저녁 식사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짐이 표를 교환 한 후에 앞에 있는 커피숍을 쳐다보니, 이름이 ‘Angel****’이었답니다. 하나님이 천사를 만나게 해 주셨다는 것을 그렇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유머 감각은 정말 대단하지요?
저는 이번 집회와 이사회를 도우며, 라브리 간사들의 일치된 정신과 서로간의 신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이틀 동안 ‘리더십 포럼’에서는 6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강의를 들은 한 어른이 귀띔 해 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라브리 이사들은 각각 다른 지부에서 일하고 있고 이번에도 다른 주제의 강의를 했지만, 하나 같이 바른 영성과 바른 성경관에 기초한 강의를 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팀강의를 하고도 의견충돌이 없나요?”
황성주 박사의 강의를 들은 이사들의 반응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30년 전인 1988년 첫 번째 라브리수양회에서 스위스 라브리에서 온 엘리스 포터 간사로부터 배운 바른 영성 때문에 이원론적 영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선교만 아니라 의료 활동, 건강식품 개발, 학교 설립, 봉사활동 등 모든 영역으로 사역을 확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한 사람의 변화를 위한 우리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주일에 강릉중앙교회에서 9시에는 제가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의했고, 11시에는 캐나다 라브리 대표인 클라크 샤이브 목사가 제 아내의 통역으로 ‘빛과 소금: 새로운 시각’이란 주제로 설교를 했으며, 오후 2시에는 미국 로체스타 라브리 대표인 조크 맥그리거 장로가 손준원씨의 통역으로 ‘기독교세계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연속 강의를 했습니다. 집회를 다 마치고 나오는데 한 성도가 저의 소매를 잡고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세 분이 오늘 믿는 것과 아는 것이 하나가 되어 성경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가 기독교 세계관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몇 주가 더 필요할까요?”
이사회를 마치고 난 후에 시카(SICA)라는 고전학교에 갔을 때, 롭 루드윅 국제라브리회장은 ‘미디어’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강의 했고, 영국라브리 대표인 제임스 폴 박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했고, 저는 학생들에게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권면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의 질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많은 미디어에서 성폭력을 미화 하는데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자위행위를 하고 난 후에 느끼는 죄책감을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다음 날 보내주신 한 선생님의 문자 메시지가 모든 피로를 씻어주었습니다. “어제 오신 세 분에게 정말 따뜻하고 포용적인 하트를 느꼈습니다.”
변함없이 올해도 성탄절이 성큼 다가왔으나, 한국에는 예수님은 간데없고 정치만 가득한 것이 아닌지 슬프기만 합니다. 나라 안팎에서 뽑은 톱뉴스는 남북한, 북미 지도자가 만난 것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정치는 처음에 자비와 진리가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세상을 장미 빛으로 물들게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검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깊은 냉소와 좌절입니다. 그리고 ‘거짓 메시야’ 혹은 ‘우상(偶像)’만 가슴 속 한 쪽에 덩그러니 남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우상은 생각보다 빨리 진화합니다. 조직과 지도자에 좌절한 사람들이 제일 빨리 돌아가는 우상은 돈입니다. “문제는 경제야.”라는 화두가 그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요즘 불교계에는 엉터리 불도들이 “너도 부처이고 나도 부처다.”라고 떠드는 바람에 야단법석입니다. 연예계는 “너도 여신이고 나도 여신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입니다.
과학에 희망을 걸기도 합니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와 같은 역사가들이 예언한 것처럼, ‘인공지능’, ‘데이타교(dataism)’와 같은 알고리즘이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이 된 인간)”를 탄생시킨다고 말합니다. 기독교계에도 오래 전부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보다 자기 입맛에 맞는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세태를 볼 때, “인간의 마음은”, 팀 켈러(Timothy Keller) 목사가 <내가 만든 신>이란 책에서 잘 지적했듯이, “우상 공장이다.”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국가 -> 지도자 –> 경제 -> 자기 –> 과학, 예술 등으로 자기 마음에 맞는 신을 찾을 때까지 혹은 자기 입맛에 맞는 신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우상을 만들고, 버리고, 다시 만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우상은 거짓 희망을 던져주는 실체의 대체물 혹은 아바타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이 더 배가 고프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 황제나 유대 전통에 희망을 걸고 공포를 느끼는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예수님이 얼마나 다른 분인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6-8)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우리가 섬길 진짜 통치자이시다. 그 분은 하나님의 본체이시며 하나님과 동등한 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예수님은 사람의 노예 신세를 잘 아시는 진짜 인간이시다. 자기를 비어 사람이 되신 분이기 때문이다. 셋째, 예수님은 인간의 진짜 구원자이시다.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예수님은 거짓 희망도 아니고 거짓 메시야도 아니며 우리를 풍성하게 하는 분이라는 말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우리의 진정한 통치자, 우리를 아는 친구, 우리의 구원자이시라면, 과연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까요? 이번 성탄절과 연말연시에는 바울 사도가 빌립보 성도들에게 부탁한 것 중에 한두 가지를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중에 깊은 냉소와 좌절을 극복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는 태도를 가져라.(1:10)
-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혹은 “복음에 일치하게 생활하라.”(1:27)
- 그리스도의 “마음(생각)을 품으라.”(2:5)
-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라.”(2:12)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황제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게 사는 것이다.
-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3:20) “항상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내게 배우고 받고 본 바를 행하라.”(4:4-9)
-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4:12)
몇 가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이번 성탄절에는 채플 가족들과 이웃 사람 약 20 여명을 초청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잘 전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 2019년 첫 학기는 1월 7일에 시작하여 2월 25일까지 진행합니다. 많은 청년 대학생들이 신청했으나 간혹 빈 침대가 있습니다. 꼭 필요한 청년들이 찾아오고, 간사들이 건강하게 일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 안전과 재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수많은 청년들이 다녀갈 겨울 동안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고 필요한 재정이 채워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12월 22일 성탄절을 앞두고
간사들을 대신하여 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