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가족께 올립니다.
지난 여름에는 많이 힘드셨죠? 폭염과 태풍, 집중 호우로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이었던 만큼, 아침에 눈을 들어 바라보는 파아란 가을 하늘은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도 무척 바쁜 여름을 보낸 탓인지, 가을 하늘에 떠 있는 새털구름을 타고 날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지난 기도편지에서 신재용씨 신장이식수술에 대해 기도부탁 드린 것을 기억하시죠? 생각했던 것보다 환자가 위급하여 한 주간 앞당겨져서 8월 29일에 수술이 있었습니다. 수술 결과는 아주 좋습니다. 수술 후 며칠 동안은 기증받은 신장에 면역 저항이 생겼는지, 배뇨도 안 되고 얼굴이 부어오르는 등 심각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위험한 시간을 넘긴 며칠 후에, 드디어 수여자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치고,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했습니다. “좋은 신장이 나쁜 몸에 와서 며칠 고생하다가 드디어 작동을 시작했는가 봐요. 배뇨도 잘 되고 모든 수치가 정상에 가깝습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기증자도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기증할 걸 그랬다.”며 같이 즐거워했습니다. 같은 수술 날, 어머니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기증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일 년에 150여명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불신자들조차도 자신의 장기를 가족이나 낯선 사람들에게 줌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중에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중에 구원에 감사한 나머지 그 분의 고통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신장을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다른 어떤 것으로 목숨을 주고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다시 한 번 조건 없는 사랑의 위대함, 곧 하나님의 살아있는 사랑의 역사를 보았습니다. 공여자와 수여자 두 사람이 잘 회복되어 나머지 인생을 더욱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일을 위해 국내외의 여러 라브리 가족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동참하여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여름에는 놀라운 일이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입니다. 한국라브리가 9월부터 12월까지 안식월을 가지기 위해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폭염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청년들이 끊임없이 찾아왔습니다. 짧게 다녀간 사람들이 많아 더 바빴던 것이 힘들었던 점이라고 할까요? 라브리의 세탁기 세 대를 하루에 네 번씩, 모두 열두 번이나 돌린 날도 여러 날 되었습니다. 제 라브리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여름이 아니었나 싶네요.
수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중에도 학기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끈질기게 자신의 질문에 집중한 한 청년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겪어 온 고통에 대해 하나님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던 이 청년은, 처음에는 질문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으나 점차 ‘하나님의 형상’이 환하게 꽃피며, 어느 날부터는 수많은 질문을 폭발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고통의 문제’에 대한 오래된 오해가 마침내 그 크고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으로 바뀌고, 기독교가 자기를 얽맨다고 생각하던 것이 진리가 주는 참 자유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일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이름 모를 이들의 기도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하나님께는 영광과 찬송을 기도 가족에게는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가하면 대답을 찾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간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미처 자신의 질문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돌아간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대답을 얻었든지 못 얻었든지, 그들이 돌아간 세상은 너무나 강력해 보이고 반면에 청년들은 연약하여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독교세계관포럼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두 번의 주말에 걸쳐 다양한 발제, 논평, 토론이 이루어졌는데요. ‘연명치료법은 살리는 법인가 죽이는 법인가?’, ‘기독교 신념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구원이 가능한가?’와 같이 우리가 평소에 관심은 있으나 전문지식이 없어 잘 모르고 있던 주제도 있었고, ‘벤다이어그램 아이디어로 본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 ‘목회자의 정체성’, ‘기독교 대안 학교에 제안 한다’, ‘이념이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등 매우 창의적인 생각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발제자와, 논평자, 참여자가 모두 공부하며 성경적 대안을 찾아보는 이런 기독교세계관학교는 올해로 두 번째였는데,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청년들과 나이든 인생 선배들이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면서 성경적 사고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특별히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라브리 이웃에 사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김상래씨가 ‘한국교회의 문제점’이란 발제를 했을 때는, 마침 장애인 목회를 하시는 한 목사님이 오셨다가 ‘장애인 사고 발전’에 대해 큰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권유로 참석한 소수의 불신자들에게는 이런 토론이 매우 어색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가면 집도 많이 상하고 무엇보다 간사들이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는 갑자기 에어콘에 문제가 생겨 몇 주 동안 방 하나는 비워 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폭우 기간 동안에는 네 곳에서 비가 샜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지붕도 고치고 썩은 곳은 바꾸어야 할 것 같네요. 저를 포함하여 줄리아, 충성, 삼원, 인경, 저희 다섯 명은 마치 이 뜨겁고 힘들고 바쁜 여름을 위해 지난 수 년 동안 준비된 사람들처럼 멋진 팀워크를 이루어 하루같이 아주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어느 듯 가을을 맞고 보니, 폭염 속의 손님 대접도 벌써 행복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네요. 간사들의 삶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 분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이 계속해서 드러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계획했던 대로, 충성 간사는 캐나다 라브리로, 삼원 간사는 네덜란드 라브리로 떠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그 곳에서 잘 쉬면서 많이 배우고 돌아오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저희 부부도 이제 다른 사람들이 쉬도록 돕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하나님을 만나고 몸도 마음도 쉴 예정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안식월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12월에는 예정대로 국제라브리이사회가 12월 9일-12일에 양양 라브리에서 열리게 됩니다. 제 남편을 포함해 모두 일곱 명이 모이게 되며, 여섯 명이 외국 라브리에서 옵니다. 안전한 여행과 생산적인 회의가 되도록, 그리고 준비하는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베트남 하노이와 서울 판교에서 7-8일 동시에 열리는 주말 포럼에서 라브리 이사들은 비장의 사역 노하우와 지혜를 털어놓을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는 박승룡 하윤희 간사가 현지인들과 준비 중이며, 서울 모임은 황성주 박사가 이롬 가족들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리며 관심 있는 분들은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영국에 사시는 김북경 목사님과 신씨아 사모님을 위해서도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며칠 전 금혼식 잔치를 여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록 몸은 쇠하여 가지만 주님이 주신 순간순간의 삶을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사는 법을 두 분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이 늘 아쉽습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매일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을 충만히 누리시는 가을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2018년 9월 10일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