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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

오늘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비와 절대 흘러가지 않을 것 같은 먹구름이 걷힌 멋진 날입니다. 정말 모처럼 파란 쪽빛 하늘과 양털 같은 새하얀 구름에, 찬연한 햇살이 비치고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군요. 기나긴 장마 끝에 보아서 그런지, 하늘도 늘 그렇게 있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고마움으로 다가오고, 오랜만에 비치는 햇살도 더 반가워 하나님의 특별 선물로 느껴집니다. 우리의 인생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어둠이 있는 것 같지만, 더운 여름이 가면 다시금 시원한 가을이 오듯이, 어느 날 쾌적한 날이 등장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예수님의 부활의 능력 때문이 아닌 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도 더운 여름에 고생 많으셨지요? 저희도 힘들고 바쁘고 지친 여름 학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단체 손님부터 기독교 세계관 포럼에 오신 손님까지 약 100 여 명을 위해 요리하고 빨래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강의하는 일들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누락되지 않고 한 분 한 분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셨고, 또한 기도 가족 여러분의 기도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 올립니다.

이번 기독교세계관 1, 2차 포럼에는 전국 각지에서 목사, 교수, 변호사, 의사, 과학 연구원, 군인, 특수교사, 교사, 헤드헌터, 대학원생, 대학생, 광고홍보, 예술 강사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분들은 실제로 발제자, 논평자, 참여자가 되어 함께 활발한 토론과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지식과 이론들을 습득하며 그 이론들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정립하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김봉례 선생의 ‘장애인 교육’과 김재민 교수의 ‘회복적 정의’는 참 좋았습니다. 김원호 원장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부정적 상황을 하나님을 찾게 된 계기로 만들라’라는 교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토론과 나눔은 뷔페 식당에 가득 차려 놓은 맛있는 음식 같았고,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야생초 같았습니다. 1차 포럼에 참석한 한진수씨는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분인데, “아름다운 장소에서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만남을 갖고 왔습니다.”라는 후기를 써서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분이 바로 지난 20년 동안 얼굴도 모르게 남몰래 라브리를 후원해 오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2차 포럼 때는 어남예 선생의 ‘아주 어려울 때 힘을 얻게 해 준 기독교세계관’ 이야기와, 김주동 선생의 ‘진로 지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죽음’에 대해 발표한 조창희 박사는, 종말론적 삶을 사는 기독교인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며, 이 시대에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 전에 라브리에서 쉐퍼의 <3부작>을 공부하고 간 후에, 그동안 철학을 전공하고 온 김종원 박사 가족이 함께 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바로크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이지혜 사모가 독주회를 열어 주셨는데, 그 때 인경, 경옥 간사의 눈물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그 감동이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포럼에 참여하신 분들 외에 특별한 만남들도 있었습니다. 순회선교단에서 운영하는 ‘헤브론학교’ 교장 선생님과 ‘복음신문’의 편집장, ‘네비게이토’에서 오랫동안 섬기던 교수, UBF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부산 선생님까지, 평소에 라브리를 잘 찾지 않던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이곳에서 쉼과 위로만 아니라 새로운 힘과 진리 안에서 자유 함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동안의 피곤과 힘듦이 다 보상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서,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죄가 아닌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여름에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일도 알려야 되겠군요. 하나는 전남 보성 조성교회(오영복 목사) 청소년들이 송천마을에서 자고 라브리에서 함께 식사도 나누고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지고 간 것입니다.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는, “친구가 잘못된 일을 함께 하자고 할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답을 찾아본 것이었습니다. 오 목사님은 편백나무로 멋진 신발장을 짜주고 가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닌 청년이,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해 세상에서 하고 싶은 만큼 맘껏 즐기고 누렸으나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성경을 혼자 통독까지 하고 와서는 라브리에서 예수님을 다시 만나 영적 생일파티를 함께 한 것입니다. 조성교회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미래인 어린 학생들, 영적 방황에 지친 청년들이 바른 성경관으로 잘 양육 받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내년 2월에 있을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함께 진행하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9월 14일에 회의를 위해 서울로 향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현장에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강사진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휴식기간 동안, 간사들은 요즘 시중에서 많이 회자되는 <호모 데우스>, <사피언스>, <완전한 진리>를 같이 공부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바른 분별력으로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대정신을 잘 알고, 성경적으로 대처할 바를 잘 습득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수고한 충성 간사, 낯선 땅에 와서 공부하는 줄리아 헬퍼, 아직 어깨가 낫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인경 간사, 손님들의 필요를 살피며 그 많은 사람들의 식사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한 경옥 간사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제가 살고 있는 백암당은 새 가전제품으로 거듭났습니다. 하나씩 새것으로 바뀌어 가는 백암당의 모습을 보며 제가 성장하는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성령의 열매를 ‘단수’ 취급해서 단회적, 급진적 변화를 추구했으나, 베드로는 신의 성품을 ‘복수’ 취급하여 완만한 변화, 점진적 변화를 추구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베드로에게는 그 만큼 변화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포럼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고 성경적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작은 습관 하나도 바꾸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머리만 커지고 가슴은 차가워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도 합니다. 지식은 넓어지는데 내 속에 있는 죄는 살피지 못하고 교만해지고 거짓된 종교인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새 생명을 얻은 존재는 예수님의 부활의 능력을 믿고 단계적, 점진적으로 변화될 것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봅니다.

허브는 언제나 향기를 머금고 있지만, 누군가의 손에 닿을 때에 그 향기가 더욱 상쾌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도 언제나 그리스도의 향기를 머금고 살다가, 다른 이에게 우리의 손을 내밀 때에는 그 향기가 더욱 아름답게 퍼지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17년 8월 27일

전주의 한 까페에서 삼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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