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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비가 며칠 동안 쉼 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한 여름동안의 모든 열기를 씻어 내리려는 듯, 지난여름의 모든 더위와 찌꺼기들을 씻어 내리려는 듯, 그래서 새로운 계절을 깨끗하게 맞이하려는 듯 쉼 없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나님이 허락해 주시는 바람과 비로 지구는 지난 계절의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말끔한 새 계절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깔끔하신 분이신가 봅니다. 이 비로 인해 성큼 다가온 선선함이 우리의 더웠던 여름의 힘듦을 위로해주고 다독거려주며 새 생명의 호흡을 주고 있습니다.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는 순간, 여름날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은 겸손하게 물러가고 신선함과 차분함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봄 학기부터 라브리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이삼원이라고 합니다. 많은 기도 가족들이 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도로 이렇게 하나님의 귀한 사역 장소인 이곳에 잘 안착하여 새로운 청지기 삶을 살게 됨을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곳에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들, 이를테면 생면부지였던 분들에게 매일 식사 대접하는 것, 매순간 새로우면서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노동, 고양이 똥을 치우고 밥을 주면서 느끼는 교감, 한 영혼을 위한 개인 지도를 위해 진정을 다하여 하나님께 능력을 구하며 하는 기도 등으로 하루하루 감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섬겼던 수많은 간사님들의 노고와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하고 계신 인경, 경옥 간사 부부, 그리고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해 주시는 기도 가족 여러분과 성령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고되지만 보람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학기, 저마다의 고민과 영적 씨름을 안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이곳에서 하고자 하시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알게 되고, 이곳으로 저를 보내신 확실한 비전과 소명을 보게 됩니다. 이번 여름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각각의 힘듦, 미래에 대한 고민, 영적 갈등과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해 오는 인생의 질문 등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하셨습니다. 그 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때로는 열띤 토론도 하고, 때로는 웃고 울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지 못하고 살아온 제 인생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들도 많이 다녀갔습니다. 비록 아버지의 권유로 왔지만, 라브리 역사상 최연소 방문자인 16세 남학생이 예수님을 믿고 돌아갔습니다. 그 학생이 집에 돌아가서도 포기하지 않고 예수님을 잘 믿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산은혜교회(강경민 목사) 중학생들과 교사들도 라브리를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비전론’ 강의를 재미있게 듣고 난 후에는 산책길을 정비해 주고 돌아갔습니다. 중학생들의 자유분방함과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힘은 들었지만, 조용한 라브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믿는 것과 아는 것이 하나 되게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기독교세계관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황혼을 훌쩍 넘어선 어른들도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며 공동체 삶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서 다녀가셨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고 계시는 노인들의 보람된 인생과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단의 유혹에 빠졌던 대학생이 이번 학기에 다시 와서 기독교 교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갔습니다. 이 학생은 더운 여름 내내 강의도 듣고, 티타임 질의응답, 식사토론, 개인 지도를 받으며 영적 전쟁을 잘 치러 냈습니다. 마지막 날 그가 쓰고 간 ‘모태 신앙의 다시 믿음’이란 글은 이곳에 있는 손님들과 간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 영혼이 이렇게 다시 살아나는구나.’ 하는 것을 실제로 눈으로 보면서 가장 작은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한 영혼을 보면서 예수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라브리에서 예수님을 믿고 돌아가서 청년부 리더가 되었다는 한 청년의 편지를 받고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는 어느 간사님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하게도 되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의 잘못된 가치와 혼란 속에서 시름하며 앓고 있는 청년들과 잘못된 길을 선택했거나 이단에 빠진 청년들을 위해, 특별히 라브리에서 예수님을 제대로 믿기로 다짐하고 돌아간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젊은 부부들도 많이 다녀갔습니다. 이혼위기에 놓였던 부부,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힘들어 하다가 하나님이 주신 혼인 규례와 성경중심의 건강한 가정을 다시 세워 보겠다며 결심하고 돌아간 부부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 분들의 결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성령님의 능력이 함께 하시어 건강한 부부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목사님들도 많이 다녀가셨습니다. 불의와 다툼, 악과 의심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고군분투 하시는 목사님들을 위해 절실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전남 조성교회 오영복 목사님은 트리하우스와 충성 간사님이 사시는 별채 내부를 편백나무로 단장해 주셨습니다. 오 목사님은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귀한 휴가를 일하며 다 보내셨는데, 더욱 감사한 것은 목공 장비와 재료까지 다 갖고 오셨다는 것입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 전합니다.

올해 1월에 개최했던 기독교세계관학교를 내년 1월 5일-7일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다시 개최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귀한 모임이 되게 하시고 이 땅에서 기독교 세계관이 잘 퍼져 나갈 수 있는 도약점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손봉호 이사장님과 전 국제라브리 회장인 빔 리트께르크 목사님을 초청하여 난민과 테러 문제 등에 대한 강의와 대담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준비를 맡은 두 단체의 실무 간사들의 연합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여기에 필요한 모든 물적 및 인적 자원을 하나님이 채워 주시기를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라브리 가족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라브리에서 헬퍼로 일하면서 대학원에서 기독교 상담학을 배우고 있는 줄리아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이 채워 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까지 라브리에서 일하다가 캐나다로 가신 진성, 슬아 선교사 가족이 캐나다에서 잘 적응하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을 잘 감당해 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브리에서 함께 살고 있는 모두리 전도사가 바른 영적 분별력으로 ‘정다운마을’에서 장애인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잘 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군대 간 동생이 휴가 나와서 함께 집에 내려간 충성 간사가 가족끼리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인경, 경옥 간사 가족이 늘 하나님 말씀 안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라브리에 꼭 필요한 재정이 채워 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저는 호기 좋게 라브리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세상에서 여러 가지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헤매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커서 라브리 간사를 지원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기대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적으로는 매일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이성적으로는 많은 지식들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신체적으로는 그동안 사회에서 너무나 혹사시키며 살게 한 저의 육체를 조금은 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면서 저마다의 위치에서 명성을 날리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와, 라브리에서 일하는 것이 세상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쉽겠지 하며 어느 정도는 위안 삼아 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한지 얼마 안 되지만 저의 몽상과 같은 생각이 조금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라브리의 살림은 그다지 녹록한 것이 아니었고, 이곳의 사역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잠시만 게으름을 피워도 구석마다 먼지가 쌓여가고, 마당에는 풀이 자라고 솔잎과 솔방울이 쌓여가고, 길에는 고양이 똥이 늘어갑니다. 그리고 거미들은 마치 이곳이 커다란 성인 것 같이 맘껏 하얀 선들의 집들을 지어 댑니다. 이것들은 하루 정도만 내버려 두면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조금만 돌보지 않으면 흉가처럼 변합니다.

라브리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말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저의 깨달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라브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와 나무들,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등...... 이것들은 라브리에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초록빛과 푸른빛 그리고 하얀 색이 통나무와의 어울림은 완벽한 조화입니다. 이러한 완벽한 조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매일 쓸고 닦고 가꾸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느 간사님이 “백조가 우아하게 보이는 것은 물밑의 발이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말이 실감납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보이지 않게 수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라브리를 가꾸면서 먼저 저의 내면 또한 그렇게 닦고 가꾸며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라브리의 먼지를 보면서 우리의 죄도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죄도 먼지처럼 하루 이틀 닦지 않는다고 그렇게 표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순간 가구가 먼지인지 먼지가 가구인지 모르게 찌든 때로 눌어붙어 닦으려 해도 닦이지 않는 순간이 오거나, 아니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죄가 더 이상 죄가 아닌 것처럼 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아무리 매일 쓸고 닦는다고 먼지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눌어붙는 일은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죄 또한 아무리 우리가 씻는다고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며 그분의 능력으로 죄로부터 자유함을 얻었으니 매일 매일 먼지를 닦아 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라브리에서 일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저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이런 영적 깨우침과 자유함을 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영광 올립니다.

존경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 우리가 먼지를 아무리 닦아도 약간의 먼지가 쌓여 가는 것처럼 우리의 죄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여전히 죄와 씨름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속히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어 하나님과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6년 9월 1일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며

라브리 기도가족께 첫 인사를 드리는

이삼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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