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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라브리 기도가족에게 드립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세 번째 주일을 보냈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지켜보리라 마음먹었던 새해의 다짐들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면서 멀리 도망하는 것 같아 꼭 붙잡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하며, 쉐퍼 선생님이 강조했던 순간순간 그리스도의 보혈을 의지하며,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라브리에서 공부한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흘렀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웃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면서 한 영혼 한 영혼이 소중함을 깊이 느꼈습니다. 라브리의 구석구석을 유지 보수하는 일에 동참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당황스러운 일들이 다가왔을 때는 함께 힘을 모아 위기들을 극복하면서 공동체 삶이 주는 교훈을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 정직한 삶이 무엇이며, 그 안에서 마음껏 누리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때의 벅차오르는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부부와 세 자녀의 라브리 생활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지난 12월 29일부터 시작된 이번 겨울 학기에는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는 C.S. 루이스 활동가 정인영 선생님과 함께 <순전한 기독교>를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브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인근 펜션을 빌려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오전에는 산에서 장작을 만들기도 하고 라브리 구석구석을 청소하기도 했고, 오후와 밤 에는 책읽기에 집중했습니다. 그야말로 5일 동안 주경야독을 하였지요. 돌아가며 소리 내어 책을 읽다가 질문이 있으면 함께 서로 대답도 하고 필요하면 토론도 했는데, 집단 지성의 힘을 경험하였습니다.

매학기 라브리에 주시는 은혜는 다양한 색깔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학기에는 차고 넘치는 지혜의 메시지가 함께하는 모두를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학기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마음껏 느끼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특별히 이번 학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따뜻함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령님의 따스함을 느낍니다. 그것은 라브리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서로의 삶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 따뜻함이 얼마나 컸는지 한번은 화목난로의 연통에 불이 붙어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했고 우리를 크게 당황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 앞에서 모두 침착하게 행동하였고, 묵묵히 자신들의 할 일에 충실하였습니다. 급한 일들을 마무리하고는 함께 모여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도와주신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고, 기도를 마친 후에는 모두 함박웃음을 보이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를 하였지요. 앞으로 화목난로를 더 사용해야 할지는 더 많이 논의해보고 점검한 후에 결정하겠지만, 이 엄청나게 당황스런 사건도 이 공동체의 따뜻함을 식힐 수는 없었습니다.

수능 시험을 본 한 학생이 와서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질문들에 대답을 얻고는, “이제는 더 이상 기독교의 진리를 못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돌아갔습니다.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정직한 질문에 정직한 대답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할 때, 기도가족 여러분의 기도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각자 계신 자리에서 이곳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번 학기에도 이렇게 큰 은혜를 부어주셨다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번 학기는 1월 30일까지 이어집니다. 21일부터 23일까지는 소명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8명이 이곳을 찾아옵니다. 소명학교 안에 ‘라브리’라고 이름을 붙인 소그룹이 있는데, 그 소그룹 인원들이 라브리를 방문하여 강의도 듣고, 영화도 보면서 토론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여러 번 기도부탁을 드린 것처럼, 이번 28일 오후부터 30일 오전까지 서울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공동으로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열게 됩니다. 직접 참석하시기도 하고 청년들을 보내주시기도 해 주세요.

겨울 학기를 마치면 2월부터는 한 가지 공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도서관을 고쳐서 손님들과 간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번 학기에도 그 필요성을 느꼈지만 라브리에 방이 부족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한 권사님의 헌금으로 도서관을 개조하여 방을 4개나 더 만들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건축을 맡으신 분들에게 지혜를 허락하셔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함께 힘을 모을 여러 간사님들과 협력자분들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기를, 정해진 시간에 공사가 잘 마무리 되어 다음 학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모두리 전도사님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그동안 별채 2층에서 생활하셨던 모두리 자매가 이번에 라브리 인근에 있는 중증장애자 복지원인 정다운마을교회의 전도사님으로 임명을 받으셨습니다. 라브리 간사들과 양양 지역 여러 목사님들이 1주씩 맡아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 성도들을 돕고 양육할 수가 없었는데, 지난 성탄절부터 귀한 사명을 감당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특수 사역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고 부담이 적지 않아 여러분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정다운마을 식구들이 모 전도사님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인경, 경옥 간사님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 아시겠지만 겨울 학기는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입니다. 바쁜 일정과 적지 않은 사역의 무게감 속에서도 한 영혼을 위해 헌신적으로 섬기시는 두 분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와 함께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하나님이 주신 분별력으로 지혜롭게 라브리를 이끌어 가며, 함께 돕는 분들이 한 마음이 되어 잘 협력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중에도 양양의 서퍼들(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겨울용 수트를 입고 파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서핑 보드에 몸을 맡긴 채 거칠고 힘 있게 다가오는 파도를 즐깁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대답을 찾고자 라브리에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맡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 추운 겨울에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 분들도 주님에게 인생을 맡기고 거친 파도를 타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여러분의 기도가 아니면 저희는 이 사역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들도 이곳 라브리에서 여러분의 은혜와 평강이 넘치시는 삶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2016년 1월 19일

라브리에서 김진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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