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2015년 10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따사로운 그러나 못내 짧아져가는 가을볕아래 나무들이 고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수확한 벼 낟알을 말리기 위해 볕이 잘 드는 마당에 고루 펼치고 있는 농부들은 정성스럽다 못해 경건해보입니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책읽기를 권장하던 때는 벌써 옛날이 되었는지 방방곡곡의 ‘축제’ 바람은 학생들의 눈을 책에서 떼어내어 ‘문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장사 속에 흩어지도록 만드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요즘 저의 가정은 사사기를 읽고 있는데요, 사사기가 진행될수록 사사들도 엉망이 되어가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더욱 더 깊은 죄의 골짜기로 급히 달려가고 있어 아침마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섬기고 백성들에게 옳은 재판을 해주던 사사들도 갈수록 자기 권력을 누리는 데로 빠진 사람이 많습니다. 기드온이 대표적이지요. 그런가하면 삼손은 사사는커녕 일반인도 짓지 않았을 죄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적들과 함께 죽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 부모가 여호와의 사자에게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조심스럽게 묻던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런가 하면 엉터리 제사장도 나옵니다. 그는 ‘미가’라고 하는 한 개인에게 고용되어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으며, 하나님이 아닌 한 가족의 우상을 섬기는 일을 합니다. 다시 이 사람은 한 집의 제사장직보다는 단 지파 전체의 제사장직을 맡는 출세의 길을 택합니다. 결국 ‘미가’는 자기의 우상도 빼앗기고 제사장도 빼앗기고 버림을 받게 되지요.

여기 나오는 역사적인 인물들 - ‘미가’와 엉터리 제사장, 그리고 ‘미가’의 우상을 섬기다가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길을 선택한 단 지파- 은 다름 아닌 오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각자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사사기의 마지막 절) 행했던 그 시대와 오늘날이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요. 오늘날도 “내 생각에 좋은 대로” 행하는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들이 ‘나의 이름’, ‘나의 뜻’, ‘나의 체면’을 세우느라,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하나님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보혈로 용서받은 후 “하나님 말씀대로” 행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겠습니다. 사사기를 읽으며, 저물어가는 이스라엘의 운명에 가슴을 아파하면서 우리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다녀간 청년 모두가 다 믿음을 갖게 된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다 앞길이 열린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다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진리에 눈이 뜨이고, 정직하고 진지한 질문이 쏟아져 나오며, 마음이 열리고, 분별력을 찾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청년은 처음에 기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했으나 나중에는 기도의 불씨를 끄고 싶지 않다며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다가 갔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이런 일을 보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요?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들이 하나님 믿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많은 성도들의 지켜보는 눈을 이리저리 피하다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사역자들의 자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라브리를 찾는 많은 목회자, 선교사들의 자녀들만 아니라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교회의 사역자 자녀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오늘날의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 바로 그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취직을 하지 못해 정신적,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청년들도 여러분의 기도에 기억해 주십시오. 주위에 이런 청년들이 혹시 숨어있지 않은지 찾아보고 격려해 주십시오. 만약 이런 청년들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삶을 재정비하고 말씀으로 무장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브리와 한국 교회가 그런 청년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경제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여서 저희도 최선을 다해 아끼고 있는 중에, 라브리의 전기세를 절감해 주시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한 장로님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에는 약 이천만원을 들여 기존에 있던 심야보일러에 히트 펌프를 설치해주셨고, 이번 달에는 라브리에 있는 전구를 모두 ‘LED 전구’로 바꾸어 주시겠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전기를 만들어 쓰는 태양광을 설치해 보자고 하십니다.

저희로서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만,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기도할 뿐입니다. 일이 잘 마무리되어 라브리는 전기세가 크게 줄고, 장로님 가정은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참고로 라브리는 목조 건물이라 화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안전한 난방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화목 난로나 벽난로도 사용하지만 침실 난방은 심야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면 난방과 온수 요금이 많이 듭니다.

내년 1월에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2016년 1월 11-15일에는 C. S. 루이스의 책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1월 28-30일에는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동안 이런 모임들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번 달에는 크고 작은 일로 도와준 많은 분들의 이름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라브리를 너무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이라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꼭 여러분의 기도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지혜가 무르익고 기도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축복이 기도 가족 여러분에게 가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2015년 10월 12일

양양의 가을밤에 박경옥 올림

ENGLISH | 후원 안내 | PC용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