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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께 올립니다.

매일같이 고조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속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우리 모두 분노와 염려 속에 새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기도 가족에게 도착할 즈음에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만,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까지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깨어있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가 하나님 손에 달려 있으니 하나님께서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남편 프란시스 쉐퍼와 함께 라브리를 세우신 이디스 쉐퍼 여사가 3월 30일에 99세로 소천하신 소식을 알려 드립니다. 쉐퍼 여사는 1914년 중국에서 미국인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1935년 프란시스 쉐퍼와 결혼하여 남편의 목회를 도우며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낳았습니다. 유럽 선교사로 파송 받아 일하던 중, 1955년에는 선교사를 사임하고 남편과 함께 라브리를 세워 자신의 가정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을 주님께 돌아오게 하였습니다. 1984년 남편의 소천 후에는 저술과 강연, 기도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고 이제는 평생 그렇게도 사랑했던 주님 곁에서 안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작은 몸집의 이 여인이 세상에 남겨 놓고 간 발자취는 어느 거인이라도 해내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남겨 놓은 10여 권의 책과 영화도 그 양과 내용 면에서 모두 큰 업적입니다. 세계에 흩어져 조용히 그 분의 뒤를 이어 가고 있는 아홉 군데의 라브리공동체도 물론 포함됩니다. 그러나 그 분의 삶은 더욱 위대했습니다. 막내 사위 우도 미들만(Udo Middlemann)은 “그 분의 삶은 마치 예술 작품 같아서 인간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인격이 얼마나 놀랍고 창의적인지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디스는 닭 한 마리로 30명을 먹였다.”는 등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얼마나 아름답고 풍성한 식탁을 차려냈는가는 라브리에서 두고두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아들 프랭키 쉐퍼(Franky Schaeffer)는 이렇게 썼습니다. “어머니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신 것이 아주 많습니다.; 용서하기, 용서 빌기, 요리, 칠하기,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집안 돌보기, 여행하기, 하나님 사랑하기, 예수님 사랑하기, 이태리를 사랑하기, 뉴욕을 사랑하기, 셰익스피어 사랑하기, 디킨슨 사랑하기, 스타인벡 사랑하기, 침묵을 사랑하기, 물건이나 일보다 사람을 더 사랑하기, 공동체 사랑하기. 그리고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예술을 사랑하셨습니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본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자식뿐 아니라 손녀, 손자에게도 전수해 주고 있습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을 하며, 정원을 가꾸며, 집을 지으며, 약속을 지키며, 희생을 하며,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며 어머니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떼 지어 몰려든 부자나 유명한 사람들보다 “이름 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26세의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김진경이 쉐퍼 박사가 보내준 차비 100 프랑을 받아 프랑스에서 스위스 라브리에 간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라브리에서 그는 성경과 모든 학문을 통합시키는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고 훗날 공동체정신에 뿌리를 둔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교를 세우게 됩니다. 그는 이디스 쉐퍼 여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쉐퍼 박사도 훌륭한 분이지만 사모님은 더 훌륭한 분입니다. 그는 자기 가정을 개방하신 분이었습니다. 침실까지 공개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야말로 온 가족이 함께 사역한 거룩한 가정 아카데미였습니다.”

우리는 이디스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 분이 가졌던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열정, 책으로 삶으로 보여 주었던 진정한 영성 등은 우리 모두 배우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분의 책을 구할 수 있으면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작은 여인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삶의 구석구석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을 발견하게 되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삶이 얼마나 풍성하고 자유 한지를 보여주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그가 세운 스위스라브리에서는 국제라브리 연례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열매 있는 회의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쉐퍼 부부가 라브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라브리는 하나님께서 사람도 보내 주시고 필요한 돈도 보내주시기를 믿고 기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찾아올 학생들이나 손님들을 모집하거나 초청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재정 요청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 가족 여러분은 저희와 함께 일하는 동역자이시기 때문에 저희의 형편을 알리고 기도의 동역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하나님께서 라브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시도록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최근에는 목사 안수를 받기 전에 바른 영성을 정리해 보기 위해 온 사람과 변호사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도 다녀갔지만,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왔다간 청년도 있습니다. 그들이 라브리에 올 때는 개인적으로 따로따로 왔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 유익을 얻는 것을 볼 때면, 하나님께서 훨씬 전부터 준비하셔서 지금까지 어떻게 일 하셨는가를 보고 종종 놀라곤 합니다.

재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봄을 보내기가 쉽지 않군요. 하나님께서 매달 저희가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기를, 또 이디스 여사를 뒤이어 어려운 중에도 풍성히 사는 비결을 배우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간사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자신이 먼저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녀를 돕기 전에 저희 아이들을 잘 도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러나 종종 그렇지 못한 채로, 저희의 부끄러운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이 곳 라브리 현장입니다. 간사들도 자기 아이들, 찾아오는 손님, 학생들과 같이 배우고 가르치며 성숙해 간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도 부족한 가운데서도 살아계신 하나님이 드러나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희만의 기도제목이 아니라 기도 가족 여러분도 역시 같을 것 같네요.

저희가 다 갚을 수 없는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과 기도, 그리고 후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어려운 때를 하나님과 동행하며 견디고 이겨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2013년 4월 11일

생명이 가득한 봄날에 박경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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