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그동안 주 안에서 잘 지내셨습니까? 며칠 째 가까이 사시는 한 집사님이 계단이며, 옹벽이며, 동파 수리하시는 것을 옆에서 도우며, 그렇게 춥던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을 하며, 수북하던 마당의 두터운 눈을 녹이고 꽁꽁 언 땅 밑에서 어린 새싹이 밀치고 올라오게 하시는 오묘한 하나님의 능력과 솜씨를 봅니다.
몇 십 년 만에 찾아 온 강추위 속에서도, 여러분의 기도로 라브리에는 12월말부터 2월 초까지 빈 침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믿음이 좋은 분들도 왔다 갔지만 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청년들과 구도자들도 다녀갔습니다. 그 중에 두 청년은 양양에서 직장도 얻고 신혼 생활을 시작할 예정으로 집을 구하고 있어서 무척 기대가 큽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젊을 때에 밑바닥 생활을 좀 해보라.’고 종종 부탁을 하는데, 감사하게도 속칭 ‘저지대 비전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먼저 간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년 전에 양양으로 이사를 와서 라브리를 도와온 백민현, 박보경씨를 봄부터 손님 식사 대접을 주로 하면서 그 분들의 달란트를 살려서 예술 및 상담 간사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백민현 간사는 미술을 전공하고 섬유 사업을 하시던 분이며, 박보경 간사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상담과 QT 사역을 해 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부터 라브리를 돕고 있는 손준원, 조은혜씨가 전임 간사를 지원하고 그 허입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세계관이 모든 영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이번 겨울에는 5일간씩 두 번이나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진행하는 축복을 누렸습니다. 추양수양관에서 진행한 첫 모임에는 54명이 참석했는데, 참석자들 중에는 멀리 순천에서 올라온 대학생도 있었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청년도 있었는가 하면, 이롬그룹의 황성주 박사 내외분은 3일간 강의도 하고 강의를 듣고 가셨는데 간사들과 참석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라브리에서 진행한 두 번째 모임에는 12명의 제자들선교회(DFC) 강원지역 간사/선교사님들과 청년 리더들이 왔습니다. 숫자도 적고 모두 지도자들이라 그런지 강의 이해력이나 적용력이 뛰어났고, 노동 시간에는 도서 정리 등 힘든 일들을 많이 도와주고 돌아갔습니다. 그 중에 한 간사님은 새 학기부터 캠퍼스에서 세계관 공부모임을 시작하겠다며 자료를 받아 가셨는데 많은 열매들이 맺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강사들의 조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동안은 기도 가족에게만 알렸으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연합하고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외부 홍보를 하는 것이 좋겠다. 2) 라브리에서만 진행하려고 하지 말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세계관학교를 유치하기를 원하는 교회를 빌려서 하면 좋겠다. 3) 새내기 강사들과 좋은 주제들을 더 발굴하고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더 좋은 방법으로 한국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여러분의 특별 기도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입니다. 100세를 몇 년 앞두고 있는 이디스 쉐퍼 여사가 위독합니다. 벌써 몇 차례 힘든 고비를 넘기셨으나 스위스 라브리 근방에서 치매와 노환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쉐퍼를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 라브리 초창기에 여러모로 도와주신 전 총신대 홍치모 교수님이 지병으로 누워계십니다. 간병하는 가족과 교수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교회(국제장로교회)를 돕고 계시는 김북경 목사님과 신디아 사모님이 기도가 필요합니다. 두 분이 좋은 교회를 세우는 작은 밑거름이 되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부부와 가족을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운 하나님을 만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두 달간 속초에 있는 한울교회 담임 목사님의 안식월 기간 동안 설교와 성경공부를 도우며, ‘참 성전’과 관련된 믿음의 조상들이 만난 하나님을 만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사도도 아니고 성경학자도 아닌 스데반 집사님이 사도행전 7장에서 유대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두 가지, 즉 성전과 율법에 대해 유대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다섯 사람이 만난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것을 잘 아시겠지만, 늦었지만 저의 깨달음을 여기에 간단히 소개합니다.
스데반은 참 성전을 알아본 첫 번째 사람으로 아브라함을 이야기 합니다. 아브라함이 고대 갈대아 우르 지방의 수메르 문화의 우상에 깊이 빠져 있을 때 “영광의 하나님”(2)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우상”이라는 것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머리가 있어도 생각을 할 줄 모르고 손이 있어도 능력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만난 하나님은 우상과 다르게 침묵하시지 않고 부르셨고, 구원과 축복 계획을 언약 하셨고, 제단을 쌓을 때마다 나타나신 분입니다. 만약 이런 영광이 없는 성전은 돌무더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스데반이 말하는 요셉은 보디발의 집에서나 바로의 신하들이 갇혀 있던 감옥에서나 남의 나라 이집트에서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9,10)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장소’인데, 스데반 집사님은“애굽”이란 말을 7회나 사용하여, 하나님은 가나안 땅에만 계시지 않고 성도들이 있는 것이면 어디든지 계신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계시는 곳이면 교회, 가정, 직장, 학교만 아니라 감옥이나 애굽도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스데반이 세 번째로 참 성전을 발견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사람은 모세입니다. 모세가 가시나무떨기 불꽃 가운데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을 만난 것이나 “주께서 가라사대 네 발의 신발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라.”(33)는 말씀은, 모세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난 것이라고 합니다. 크리소스톰은 말하기를, “그 곳이야말로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거룩한 지성소 못지않은 지극히 거룩한 곳이었다.”고 말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스데반은 마지막으로 다윗과 솔로몬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예루살렘 성전, 즉 “하나님의 거하시는 처소”를 지은 사람들이지만,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않는다.”(48,49)는 안 사람들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들은 애굽의 신처럼 사람의 손으로 만든 피라미드나 돌무더기나 대리석 속에 앉아있는 땅의 신을 위해 성전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하늘의 하나님을 위해 참 성전을 지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실 구약의 제사, 제단, 성막, 성전 등은 모두 예수님의 그림자요 모형들이었습니다. 즉 그 모형들은 예수님이 “참 성전”이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며, 예수님이야 말로 그 성전에서 경배를 받기에 합당하신 영광의 하나님이며 고통 받는 성도들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며,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살아계신 하나님이며, 사람의 손으로 만든 건물에 계시지 않는 지극히 높으신 하늘의 하나님이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예수님을 믿고 사는 여러분이, 즉 성도들이 모인 교회가 참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 그리고 하시는 모든 일에서 참 성전이신 예수님을 만나시길 바라며, 바로 여러분 안에서 그 분을 모신 참 성전을 지어가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2013년 2월 28일
라브리에서 성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