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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감사의 계절을 맞아 여러분의 헌신적인 기도와 사랑 그리고 헌금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접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오늘은 무척 피곤하지만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지난 봄에 사무실 인테리어를 해 주셨던 부천 예인교회의 정성규 목사님 내외분과 성도들이 다시 오셔서 라브리 뒤에 처마를 달아주고 가셨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만 오면 질퍽거려서 다니기가 늘 불편했는데, 이번 겨울부터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주 동안에는 서울의 세움교회(김온양, 전택보 목사님) 교인들과, 한동대 법대의 슐튼(Cordell Schulten) 교수님이 올해 들어 두 번째 방문으로 대학생 10 여명과 다녀갔습니다. 같이 오신 란팅가(Nick Lantinga) 교수님은 기독교세계관에 해박한 분이라, 그렇지 않아도 긴 라브리 식탁 토론이 더 길어져서, 학생들이 몸살을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마침 추수감사절을 맞아 서울의 한 천사 부부가 보내주신 칠면조가 얼마나 컸든지, 한동대에서 오신 손님들을 포함하여 약 20 여명을 잘 대접하고도 남았습니다. 지금은 ‘나무생각’이라는 펜션을 운영하시는 전 불바라기 사장님 부부도 오셨는데, 예수님을 아직 믿지 않는 분들이지만 함께 한 해를 감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한국 라브리를 찾아온 청년들의 나이가 평균 23세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은, 나이가 많은 청장년들도 다녀갔지만, 17-19세 청소년들이 여러 명 다녀갔습니다. 저희는 말로만 듣던 1960, 70년대의 미국 히피족을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세대 차이를 실감하기도 하고, 아래와 같은 심리적인 증상들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무런 관심이 없고 냉소적인 것은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항하여 싸울 힘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 자기를 지키고 싶은 “자기 방어(self-protection)”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이버 통신 외에는 거의 모든 사람과 대화를 단절시키고 사는 청년들을 보는데 그것은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약속불이행과 불가공약성’에 대한 “자기 반항(self-rebellion)”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게임이나 술, 포르노 중독, 방콕(칩거)을 하는 청년들은 각자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자기 스스로의 기대와 진로 그리고 인생살이에 대한 실망을 “자기 도피(self-escape)”로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동성애나 양성애, 문신, 자살 등은 “자기 취향을 즐기라.”고 하는 세계적인 유행에 편승하는 것도 있지만, 어른들의 간섭이나 폭력에 대한 역기능으로서 “자기 학대(self-abuse)”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신앙적인 갈등이나 영적 무감각은 앞의 여러 가지 증상들에 대한 “자기 정당화(self-justification)”, 혹은 정직한 청년들이 스스로를 다듬고 몸부림쳐 보는 “자기 훈련(self-discipline)”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들을 도울 뾰족한 좋은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저희는 자꾸만 왕도를 찾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왕도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기본 정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왜 그럴까요?

저희는 “예수께서는 본래 하나님의 본체이셨으나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지고 사람과 같이 되셨다.”(빌립보서 2:5-8)는 말씀도 알고, 쉐퍼(Francis A. Schaeffer)가 “구유를 낮추면 키가 큰 동물이나 키가 작은 동물이나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날이 갈수록 청년들의 관심, 고민, 이야기, 취미, 호기심 등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추석 연휴에 “두 살만 차이가 나도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 젊은이들과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눈 칠순이 넘은 김북경 목사님과 신디아 사모님이나, 이번에 다녀간 한동대 교수님들은 “나이 차이”나 “세대 차이”를 핑계로 청년들과의 대화를 중단해 버리거나 꾸중이나 훈계부터 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관록과 연륜의 구두를 벗어버리고 손자 손녀 같은 어린 청년들의 운동화를 신고는 그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특히 슐튼 교수님은 황금 주말을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투자하여 먼 길을 차로 태워오고, 같이 자고 먹고, 옷을 버려가며 일도 하고, 한 학생의 생일파티를 위해 케이크를 사 오고 풍선을 달아 주고 같이 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어른들을 싫어할 청년들이 있을까요?

토플 성적이 거의 만점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포기하고 입대할 예정인 진현씨가 라브리를 도와주고 갔습니다. 군대생활을 잘 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브리 손님들의 식사를 거의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민현, 보경 간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바라며, 따님인 하은양의 진로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 라브리 공동체의 재정 상태가 매우 어려우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의 대부분의 라브리 간사들이 그나마 낮게 책정된 월급마저도 제때에 못 받고 있습니다. 한국 라브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선거철이 되거나 경제난이 시작되면 선교단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인가 봅니다. 저희도 방을 늘이고 싶으나 주님의 때를 기다리고 있은 지 오래입니다.

제 아내의 건강 약화와 전임 간사의 부족으로 당분간 2-3주씩 개방과 휴식을 반복하려고 합니다. 에를 들어, 개방 11월 23일~12월 6일, 휴식 12월 6~27일, 개방 12월 28일~1월 10일 등입니다. 장기적으로 머물거나 외국에서 오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에는 3주 이상 머물려고 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해 볼 예정이오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잠시라도 라브리에 와서 인생의 중요한 문제와 진로를 공부하고 싶으나 생활비가 없어서 오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프리카 청년들이 한국 라브리에 와서 공부하고 싶어하지만 비자를 잘 받지 못해 입국조차 하지 못하는 예가 많으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년 초에 있을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내년 1월 7일(월)~10일(목)에 설악산 추양수양관(한경직 기념관)에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라브리에 숙소가 모라자서 인근 펜션에서 진행한 전례가 있어서 올 해는 교통과 여건이 편리한 곳을 구했으니 세계관 공부가 필요한 청년들과 지도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일에 주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2년 11월 22일

양양에서 성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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