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산이 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다운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죽어있던 것 같은 모든 나무와 풀들이 푸른 싹과 잎을 내며 살아있음을 알린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겨울 내내 죽어있던 것과 같던 나무들이 도저히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 없이 아름다운 수만 가지의 초록빛과 연두 빛들로 옷을 입은 것이랑 그 모든 것들을 넉넉히 품고 있는 봄 산의 자태는 살아있는 것의 아름다움과 이 천지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산길을 가끔 산책하곤 하던 어느 날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채 뽑혀 넘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나무 잎들이 누렇게 변한 것을 봐서 그 나무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흉물스럽게 뿌리 뽑혀 누워있는 소나무를 보며 의아해하는 저에게 함께 가던 분이 말해 주었습니다. “태풍에는 저렇게 뿌리 채 잘 뽑히지 않는대요, 지난 겨울에 내린 눈 무게를 감당치 못하여 뿌리 채 뽑힌 거지요.”지난 여름 모질게 불어 닥친 엄청난 힘의 태풍을 만나고도 살아있던 소나무가 조금씩 조금씩 밤새도록, 혹은 하루 종일 쌓이는 부드러운 눈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뿌리까지 뽑혀 넘어져 있는 모습은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5월에 다시 학기를 시작하면서 오전의 노동시간에는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실내 청소 하면서 웃는 웃음소리가 라브리를 가득 채우고, 텃밭에 심은 토마토랑, 고추들은 벌써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가을 열심히 씨를 받아서 부지런히 심은 경옥 간사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벌써 군데군데 야생화랑 한련화가 피어나고 갖가지 꽃들이 수줍게 자태를 드러내어 라브리를 아름답게 옷 입히고 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시고 또 머물고 계십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 걸음을 준비하기위해 온 청년들, 평생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하나님을 더욱 알고 가까이 하고 싶어서 오신 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온 청년 등 다양한 필요와 문제들을 가지고 강원도 산골까지 오셔서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공부하고 영화도 보았습니다. 모슬림 국가로 선교를 떠나시는 한 선교사님은 비자를 받으신 후 잠시 쉬러 오셔서 그 곳의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과 사역에 대해 나누시면서 안전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셔서 우리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한 미국 선교사님 부부는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러시아 선교 중에도 가정교회를 통한 전도 가능성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코델 슐턴 교수님의 인솔 하에 온 한동대의 외국인 학생들도 라브리의 일정에 따라 인경간사의 영성에 대한 강의와 구원의 선물에 대한 설교를 듣고 함께 노동도 하면서 공동체의 삶을 짧게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슐턴 교수님은 데리고 온 학생들과 라브리 전체 손님들에게 ‘디트리히 본훼퍼’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네덜란드 라브리에서 헬퍼로 섬기던 은미씨가 바쁜 중에도 달려와 2주 동안이나 저희들을 도우고 갔습니다. 밥도 잘 하고 학생들과도 잘 놀아 주었으며 네덜란드 라브리의 특징과 일정, 간사들의 역할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은미씨는 여름 학기에도 도와줄 예정입니다.
6월 15일부터 여름학기가 시작되는 7월 5일까지 휴식기간을 가집니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기도하며 7월 6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하는 여름학기를 잘 준비하여 하나님께서 보내신 분들을 잘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름학기 전체를 기독교세계관학교로 진행할 예정이오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공부와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하나님이 보내주시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일군들이 부족하여 여름학기가 지장을 받거나 하나님께서 보내신 손님들을 제대로 도울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전임간사가 들어오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라며, 바나바, 이상범, 문보경, 저희 부부 등 협동간사들은 이 산골에까지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 분들을 섬기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도전을 받기도 하며 오히려 손님들을 통해 저희들이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간사 숙소 수리와 도서관을 숙소로 바꾸는 일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백암당은 간사 가족뿐 아니라 손님 식사 공간도 비좁아서 확장이 시급합니다. 공사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공적 활동에 대한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주님과 얼마나 깊은 개인적인 교제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조급함은 잘못된 것이며, 누구든지 하나님을 예배할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없는 하루하루는 그 자체가 삶의 덫이 됩니다" 라고 한 오스왈드 챔버스의 충 고를 기억하며, 하나님 앞에서 일꾼이기에 앞서 예배자로 서기를 간절히 소원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2년 6월 6일
박보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