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부활의 계절이 찾아 왔네요. 겨우내 잠자던 개구리가 노래하고, 혹독한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세상에 다시 생명을 올려 보내는 봄이 오면 저는 자연스레 죽음과 부활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름이 지난 후에 부활절을 맞는 사람들과 겨울에도 여전히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와 다르게 생각하겠지요. 제가 사는 이곳은 아슬란의 입김 같은 봄바람과 햇볕으로 산속 깊숙한 골짜기들까지 하나하나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씨 에스 루이스가 적합한 표현을 한 것이 기억나는군요. “죽음과 재생 패턴이 자연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먼저 그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자연은 그 안에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조금이나마 담고 있습니다. 이 곳 양양은 퇴비하고 밭 갈고 먹거리를 심느라 집집마다 일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덕배기마다 다시 들리는 경운기와 트랙터 소리가 정겹습니다. 그러나 농사는 때를 따라 잘 지으면서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지 않는 이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편 부활을 믿는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깨어 의를 행하고 죄를 짓지 말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가 있기로 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기 위하여 말하노라.” (고린도전서 15:31,34)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저는 정말 부끄럽습니다. 생명의 봄이 오려면 죽음의 겨울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저의 잘못되고 오래된 생각이나 습관, 편견들을 죽이는 일이 갈수록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조용한 틈을 내어 들여다 본 거울 속에 비친 굳어진 제 얼굴 표정이, 마치 오랜 세월동안 안에서 죄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화석이 되고 결국 바깥으로 비쳐 나온 것 같아서 섬뜩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뿐입니다.
저희는 모처럼 얻은 쉼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니러 오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도 맞고, 남편은 봄나물을 심을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장독대도 정리했으며, 저는 꽃을 심을 화단을 매거나 집 구석구석을 돌보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잘 쉬고 있다는 소식을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 주셨는지(?) 뜻하지 않게 강의와 설교 부탁이 많아 지난달에는 10 여일 정도나 집을 비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오래된 교회, 새로 시작한 교회, 청년들, 예술인들, 중장년층 등을 만나며 여러 교회 형편을 알게 되고 그들의 고민과 즐거움, 어려움을 배우고 나누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되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로 하는 강의는 기독교 세계관, 공동체, 영성, 전도,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의 강의가 잘 이해가 잘 되어 삶으로까지 연결되도록 성령님이 역사하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매년 부활절 후에 열리는 라브리국제회의가 올해는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네덜란드 라브리에서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서로의 지혜를 나누기도 하고, 지친 간사들을 위로도 하는 시간입니다. 정치적인 회의가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능력을 맛보는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양양 라브리에는 5월 11일부터 한국 청년들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한동대 외국인 교수님이 인솔해 오시는 국제 학생들이 찾아 올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이롬신입사원, 서울4대교회 VM 청년들이 이틀간 다녀갈 예정입니다. 이번 봄과 여름에는 하나님께서 어떤 분들을 보내주실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들을 위해 다음 학기에도 수연 선생님은 파트타임 간사로, 민현, 보경 부부와 헝가리에서 오는 바나바가 협동간사로 일할 예정입니다. 민현 간사는 이미 데크 전체에 스테인 페인트를 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성경적 상담학을 공부하는 혜인씨가 약 석 달간 인턴 과정을 라브리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감사하게도 라브리 간사를 지원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상범, 문보경씨 부부는 4월 말부터 백암당에 머물며 협동 간사로 공동체 경험을 하게 되며, 손준원, 조은혜씨 부부도 하던 일이 정리 되는대로 합류할 생각입니다. 산골짜기에 묻혀 살면서 손님들에게 밥을 대접하고 빨래 해 드리며 막 일을 벗 삼으며 복음을 전하는 것은 연단된 성품과 헌신이 없으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간사들이 많이 들어와서 같이 짐을 나누어지는 날이 속히 오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간사 숙소 수리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백암당은 간사 가족뿐 아니라 손님 식사 공간도 비좁아서 확장이 시급합니다. 도서관을 숙소로 확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공사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눈이 녹으면서 라브리 뒤쪽 산비탈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걱정을 합니다만, 이번 여름에도 하나님께서 그 크신 손으로 라브리 뒷산을 꽉 잡고 계셔서 산사태가 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곳은 하나님께서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지켜주지 않으시면 산천의 아름다움이 하루아침에 헛것이 되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기도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간사들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보내시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잘 도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협동간사들이 팀웍을 잘 맞추며 일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청년들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공동체가 되도록 여러분의 기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저희가 쉬는 중에도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특히 인수장학회(고 김인수 장로, 고려대 교수 역임, 밀알학교 이사장 역임)로부터 장학금(300만원)을 받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뜻 깊은 부활절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2년 3월 30일
박경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