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가족에게 올립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나무 위의 집(tree house)을 짓다말고 쉬면서 여름 동안에 있었던 소식도 전하고 기도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기쁜 소식 몇 가지를 전합니다. 송탄침례교회 정지인 집사(동서조경 사장)께서 4명의 창조적인 목수들과 약 2주일 예정으로 라브리 뒷산 잣나무 위에 나무 집을 지어 하나님께 헌납할 예정입니다.
본래 트리하우스는 ‘로빈손 크루소’나 ‘아기곰 푸우’와 같은 동화 속에 나오는 집인데 날개가 없는 인간들이 한 마리 새처럼 나무 위에 둥지를 털고 그 속에서 심신도 쉬고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곳입니다. 저는 라브리를 찾아오는 학생들과 손님들이 잠간만이라도 하늘과 땅 사이의 우주 공간에서 혹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 즈음에서 초월자를 만나는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집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혜진이가 등록금을 분납 하게 되어 나머지 학비는 내년 1월 말까지 내게 되었으며, 저희 가족은 여름 학기 말에 라브리 본체 오른 쪽에 있는 나니아로 이사를 했으며(약 25평), 오랜 기도 가족으로부터 카렌스(2007년산 LPG)를 한 대 선물 받았습니다. 강의 차 장거리를 다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타던 세피아는 폐차 직전이지만 다른 간사들이 사용할 예정입니다.
지난 여름은 한국 라브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저도 믿을 수 없지만, 등록을 맡았던 모경 간사의 말에 의하면, 잠시 다녀간 사람들을 빼고도 약 90 여명이 자고 갔다고 합니다. 짧게는 하룻밤만 자고 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주일간 머무는 사람들이 많았고 길게는 8주간 머물고 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연령대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대학생, 청년들이 많이 왔다 갔지만 장로님이나 목회자 부부도 여럿 다녀가셨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미국인, 네팔인, 인도인 등도 다녀갔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아카데미 고등학생들과 선생님들도 있었고, 서울에 있는 횟불트리니티신학교 학생들도 있었고,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들도 있었습니다. 일본 재일교포도 한 사람 다녀갔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 때문에 강의와 개인지도를 잘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혹은 자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씨 뿌리고 물 준 것으로 만족할 따름입니다.
어떤 청년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성경을 공부하기도 했고, 어떤 청년은 술을 줄이기도 했고, 어떤 청년은 잊어버렸던 주님을 되찾기도 했고, 어떤 청년은 믿지 않은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전도도 했고, 어떤 부부는 결혼의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고, 어떤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을 잘 위로하고 돌아가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실컷 자고 심신을 회복하고 돌아가기도 했고, 어떤 청년은 중학생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끊기도 했는데 그 청년을 위해서는 와인 피티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간사들과 함께 좋은 팀워크를 이루어준 민현, 보경 협동간사와 숙소를 관리하느라 힘들었던 북경사범대 학생 보경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매일 손님들을 먹이고 빨래 해주고 잠자리를 만드느라 더위를 잊어버린 간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일상적인 업무 외에도, 춘성은 비바람을 막기 위해 처마를 달아내었고, 모경은 수많은 등록업무를 잘 처리해 주었고, 경옥은 빨래와 침대를 책임져 주었습니다. 아무리 믿음과 성령에 충만한 간사들이라 할지라도 8주 캠프와 같은 여름 학기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든지 어떤 간사는 링겔 주사를 맞아 가며 이겨야 했습니다.
추석 직후인 9월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는 중간 휴식) 가을학기가 시작됩니다. 꼭 필요한 분들이 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라며, 특별히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 헝가리 청년이 와서 한 학기를 같이 보낼 예정이고, 싱가포르에 사는 한 중국 청년도 2주간을 같이 보낼 예정이며, 한동대 법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과 와서 주말을 같이 보낼 예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집을 한 채 얻었거나 차를 한 대 얻었거나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난 사람도 매우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자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여름을 보내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는 알았습니다. 바로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거나 회개한 사람입니다. 시편 1편과 32편의 저자인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과 회개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노래했습니다. 특히 시편 32편을 보면 그가 죄의 고통을 절감한 만큼이나 회개의 행복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첫째, 다윗은 하나님이 “정죄를 하지 않는 것”(32:2), 즉 죄를 짓고 회개하지 않으면 머리 위에 숯불을 피워놓은 것과 같은 상태인데 그것을 제거해 주거나 혹은 불을 꺼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둘째, 다윗은 하나님이 “용서”(32:5) 해 주시는 것, 즉 마치 죽은 개를 땅에 파묻을 때에 꼬리를 살짝 남겨 놓게 되면 여우가 꼬리를 파다가 몸통까지 다 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님은 꼬리까지 덮어주어 다시는 파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셋째 다윗은 하나님이 “보호”(32:7) 해 주시는 것, 즉 다른 사람들을 골탕 먹이거나 매장할 수 있는 100만 불짜리 정보를 기억나게 하는 것조차 잘라 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았습니다.
넷째, 다윗은 하나님이 주시는 “인자”와 “사랑”과 “기쁨”(32:10,11), 즉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환희’, 혹은 ‘껑충껑충 뛸 정도의 기쁨’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루이스(C. S. Lewis)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영광스러운 열망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혹은 축복의 사람들을 라브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라며, 이 일을 위해 기도하시고 헌금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같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1년 9월 1일
양양에서 성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