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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께 올립니다.

신록의 푸릇함과 산나물의 향긋함이 물씬 배어나는 봄입니다. 겨울에 죽었던 산천이 봄이 되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언제나 보아도 놀랍습니다. 죽어야만 다시 살아나는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 자연세계 안에도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으세요?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인간은 이 법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듯,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이 사실을 믿는 사람들조차 일상의 삶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의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울 사도처럼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린도전서 10장 31절)고 고백하는 대신 나를 드러내고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인간은 ‘하나님이 정하신 법을 따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봄을 보며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밖에서는 간사들과 학생들이 힘과 기술을 모아 라브리 집 왼쪽 벽에 처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며칠 후면 학생들의 발이 빠질 정도로 움푹 파진 썩은 계단도 새 계단으로 바뀔 것입니다. 드릴 소리의 윙윙대는 소리와 청년들의 웃는 소리, 욕실 파이프를 청소하는 학생, 그리고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장면들입니다. 이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것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보람이 있는 반면 병이 나기도 하고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 손톱 일부를 도려내기도 하고, 어른들이 일 하시는 사이에 아이들이 건강하면 좋으련만 그동안도 참지 못하고 아프기 일쑤입니다.

이번 학기에도 짧게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청년들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있고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들도 있습니다. 몇 주간씩 머무는 사람들만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 가는 사람들도 하나님을 만나고 돌아가기를 기도해주십시오. 특별히 마음에 어려운 문제가 있어 집을 떠나 이곳까지 와서 당분간 라브리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진로문제를 놓고 하나님을 더 알고자하여 온 이들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들 가운데에 일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기쁘고 영광스런 일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가정이나 직장, 교회에서도 사람들의 영혼이 살아나고 그 생명이 풍성히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같은 즐거움과 영광일 것입니다. 이렇게 상처 많고 죄가 많은 우리들을 위하여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송이 넘치는 것도 당연하고요. 그러나 처음 예수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예수 믿고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라는 말을 듣기가 힘들어진 요즘에는 그 감격이 점점 메마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늘 부탁드리는 것처럼 저희 간사들에게 ‘강 같은 은혜’를 하나님이 내려주시기를 기도해주십시오. 저희가 맡은 일이 영광스런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저희들은 기도 가족 여러분의 기도 역시 조금도 덜 중요한 일이 아닌, 오히려 더 영광스런 일이라고 믿습니다.)

간사들이라면 누구나 자기 개인의 시간과 공간, 여유 등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 포기하려는 각오가 되어 있으나, 막상 개개인의 한계에 부딪힐 때에는 ‘포기의 정도’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개인의 작은 결정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구두를 벗고 학생들의 운동화를 신어라.”는 말을 자주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갈수록 이런 태도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모경간사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지난봄에는 몹시 아팠지만 이번 여름을 건강하게 나도록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현, 보경 협동간사는 양양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경 간사는 새로 태어난 손자를 돌보기 위해 잠시 미국에 가 있는데 건강하게 귀국 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민현 간사는 식사와 차 준비도 하시고 밭일과 공사에 참여하시는 등 열심입니다. 막내 하은이의 진로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춘성 간사는 지난달 국제라브리회의 ‘위원(member)’이 되었습니다. 춘성 간사는 라브리의 크고 작은 집 수리와 성경 공부를 인도하느라 바쁩니다. 수연 간사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수고하며 틈틈이 라브리 일을 돕고 있습니다. 지호, 지민이가 수족구병을 앓고 회복 중에 있는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은철, 은하간사는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3주간 영국 등 유럽의 교회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잘 쉬며 많이 배우고 돌아오기를 기도해주십시오.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이 오셔서 가희와 한희를 돌보고 계십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부부는 영국에서 열린 국제라브리 회의에 잘 참석하고 왔으며, 제 남편은 곧 바로 호주 멜번에 가서 청년대학생 부활절 수양회를 인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며 하나님 앞에 늘 깨어있어 분별력을 잃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

특별히 혜진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허리가 아파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하여 내년 봄에야 대학 졸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지만 병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요. 따라서 비자연장 문제가 바로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6월 15일 안에 비자연장에 필요한 1년 치 학비(약 25000불)가 준비 되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나누며 편지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린도전서 15장 58절)

부활의 소망을 가진 사람은 흔들리지 말고 굳게 그 자리를 지키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분주함과 유혹으로 인해 부활의 날을 잊기 쉬운 오늘, 저 자신을 위해 또한 여러분을 위해 이 말씀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이 지금 뿌리는 기도, 헌금,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믿습니다.

2011년 5월 16일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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