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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가는 겨울이 아쉬웠는지 한 달 사이에 큰 눈이 두 번이나 내렸습니다. 눈길 닿는 모든 곳은 새하얀 눈으로 덮혀 이곳 라브리는 그야말로 한 달 동안 눈꽃 세상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온 학생들에게 눈은 언제나 낭만이었지만 하늘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눈을 보면서 낭만은 금새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단 이틀을 내린 눈은 사람 허리만큼이나 찼고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아름드리 소나무의 굵은 나뭇가지들이 부러지고 지난 해 여름 뙤약볕에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지은 그린 하우스 비닐 지붕도 끝내 내려앉았습니다.

눈이 오고 난 다음 가장 중요한 일은 눈을 뚫고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평소에 그리 넓지 않다고 생각했던 라브리 앞 마당이 눈을 치우고 길을 뚫으려고 보니 얼마나 광활하던지요. 그야말로 눈 덮힌 시베리아 벌판에 길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눈을 치우는 일은 고된 일이었지만 그러나 입춘을 훌쩍 넘기고도 한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라브리는 짧은 휴식기간을 가지고 2월 말부터 겨울 학기 두 번째 시간을 시작했습니다. 몇주가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학생들과 손님들이 라브리를 다녀갔습니다. 가장 많은 손님들은 라브리 이사이신 황성주 박사께서 데리고 온 이롬(주)의 신입사원들이었습니다. 24명이 잘 수 있는 숙소가 라브리에는 없기 때문에 근처 펜션에서 라브리를 오가며 라브리 프로그램을 참석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을 통해 ‘이롬(주)’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하나님의 뜻을 잘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롬 식구들이 온 날을 전후로 라브리를 찾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겨울에 라브리를 찾았다가 두 번째 라브리를 방문한 인휘씨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하고 라브리를 내려갔습니다. 바로 예수님을 제대로 믿고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는 인휘씨는 앞으로 1년 동안 국비로 미용기술을 배우면서 자신의 인생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인휘씨가 라브리에서 결심한 것들을 잘 지키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정엽씨는 작년 겨울부터 시작해서 벌써 라브리를 세 번째 방문했습니다. 이제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하나님의 인도를 잘 받고자 라브리를 찾았습니다.

현철씨와 순기씨는 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로 라브리에서 공부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돌아갔습니다. 태진씨는 역사학을 전공한 역사학도로 앞으로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데 이런 목회자 후보생들이 성경을 잘 알고 올바른 세계관을 가지고 잘 준비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두현씨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 교회를 무척 사랑하는 근래 보기 드문 청년입니다. 원래 일주일정도 있을 예정이었으나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좀 더 남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루이스(Lewis)는 지난 2년 동안 의정부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친 미국 원어민 영어교사입니다. 이제 계약기간이 끝나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여권이 훼손되는 바람에 한국에 더 남아있어야 해서 라브리를 찾아왔습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말을 꽤나 잘하는 루이스는 라브리 식구들에게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요즘에는 라브리에서 여학생들을 보기가 힘이 들었는데 두 분의 여학생들이 다녀가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유진씨는 사립학교 선생님으로 앞으로 대학원 공부를 더 하기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기 위해 라브리를 찾았습니다. 은희씨 역시 통계회사에 오랫동안 다닌 커리어우먼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새로운 길을 놓고 기도하는 중입니다. 목회자분들도 계십니다. 11년 동안 파주에서 열심히 목회하다가 오신 성현 목사님 부부, 그리고 용인에서 오신 성근 목사님이 그분들입니다. 우리나라 목사님들은 교회와 성도들을 너무 사랑하시다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이 라브리에 계시는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었다가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라브리 학생들이 잘 먹고 잘 쉬고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간사들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강이 좋지 않아 기도가 필요한 간사들도 있습니다. 모경간사는 손가락과 허리를 비롯해 몸의 여러 곳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내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습니다. 춘성간사는 감기몸살로 이틀을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인경간사도 강의를 하기 위해 오래 서 있으면 발꿈치에 통증이 와서 요즘 많이 힘들어 합니다. 경옥과 은하도 가끔 피로해 보일 때가 있어 걱정이 됩니다. 늘 아이들이 아플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이번에는 간사들의 건강을 걱정하게 되었군요. 저희 간사들이 지혜롭게 자신들의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아픈 부위들을 만져주시고 고쳐 주시기를 원합니다.

라브리의 아이들은 아픈 것들이 다 나아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 있는 혜진이의 허리와 건강을 위해서는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의진이는 대학진학을 위해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희는 초등학생이 되었으며 지민이는 오빠가 있는 어린이집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민현 보경 간사는 양양에 이제 짐정리를 끝내고 양양 생활에 적응중입니다. 아직 대구의 일들이 마무리 되지 못했는데 기도해 주세요. 인경 경옥 간사는 4월에 영국라브리에서 있을 라브리위원회(4/13-19)에 참석하게 됩니다. 인경 간사는 바로 이어서 호주 멜번에서 청년집회를 인도하게 됩니다. 건강과 여비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저희 가정은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논두렁을 가로질러 뚝방 위에 올라가보니 아직 눈도 걷히지 않은 차가운 논바닥위에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규산을 담은 가마니들이 가득 쌓여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가을에 거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는 언 땅부터 녹이고 그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봄에 라브리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그들의 청년의 시절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일에 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1년 3월 11일

라브리에서 은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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