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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더운 여름을 잘 지내셨지요? 며칠 전부터 풀벌레들이 밤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빨랫줄 위의 태양은 아직도 아찔하도록 뜨겁지만 마음은 벌써 시원한 가을 공기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지요?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여름학기를 닫았습니다. 뜨거운 한여름의 10주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고 특히 7, 8주 차에 단체 손님을 많이 받은 것이 큰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에 라브리에 오시고 싶었으나 방이 없어서 오시지 못한 분들께 죄송합니다.

마치 썰물처럼 학생들이 빠져나간 지 사흘이 되었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발자취와 흔적들을 스쳐 지나갈 때면 어디선가 “간사님” 하고 부르며 제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늦은 밤이 되면,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러 나오느라 문 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기도 하구요. 한 학생은 매일 밤늦게 담배를 피웠는데, 그 학생이 들어가면 저는 외등을 끄고 그렇게 라브리의 하루는 막을 내리곤 했지요.

이번 여름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뒹굴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갔네요. 작은 공동체의 장점 중에 하나는 손님들이 간사들의 가정에 초대되어 식사도 같이 할 수 있고, 잠시나마 한 가족으로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기고 하고, 자기의 고민과 어려움을 틀어 놓기도 쉽다는 것입니다. 몇 주 전의 한 기도회 시간에는 얼마나 사연들이 가슴 아팠는지 모두가 같이 울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과 달리 직장인들이 휴가를 받아 라브리에 와서 보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짧게 머무는 사람들을 일일이 개인지도 하느라 간사들이 더욱 피곤하기는 하였지만, 일 년에 한 번 있는, 그것도 일주일 미만의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는 그들을 최대한 돕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제대로 돕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간이 너무 짧아 제대로 돕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부모의 강요로 왔다가 일찍 돌아가 버린 적도 있고, 숨겨 둔 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그 상황을 그대로 안고 되돌아간 경우도 있고, 기독교를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등, 저희의 가슴 속에는 행복하게 돌아간 사람들 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아픔도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세 사람이 왔었는데 그 결과는 제각각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비신자들이 참 많이 다녀갔는데, 그 때마다 간사들은 이들이 예수님을 믿는데 걸림돌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맞은 대답을 제시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특히 냉소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기독교를 비웃는 청년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여름에는 주말마다 강의가 있었고 두 차례 공개강좌도 열었습니다. 구은실 효인내과 원장의 <건강상담>과 방계원 정신과 원장의 <정신분석학자가 본 동성애>가 그것이었는데, 이웃에 있는 교인들도 꾸준히 참석하시고 어떤 분들은 멀리서 주말 강의에 참석하시기도 하였습니다. 라브리가 이 지역의 목사님들과 의논하여 지역에 계신 분들과 공통 관심사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하나님의 진리를 함께 찾고 실천하는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여름 동안 라브리에는 건물이(?) 하나 들어섰습니다. 이웃에서 철거하는 비닐하우스를 얻어 와서 간사들과 학생들의 힘으로 완성했습니다. 속초 한울교회 성도들이 자재를 옮기고 기초를 닦아 주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 힘들여 세운 비닐하우스에서 무엇을 기를까 제 남편은 여러 가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표고버섯을 키워서 손님들을 대접한다는 생각이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라브리 입구와 옛 주유소 건물인 별채에 이르기까지 가로등을 세웠습니다. 이전에도 집 앞에는 등이 있었으나, 이번에 라브리 입구와 별채까지 불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고 밤이 무척 어두울 때에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장작더미도 저희 집 뒷 담장에 꽤나 많이 쌓였습니다. 도끼 자루를 여러 개 갈아야 했지만, 이제는 장작패기가 라브리 노동의 단골 목록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다음 학기(9.28-10.23/11.8-12.11)가 시작되는 9월28일까지 휴식에 들어갑니다. 간사들은 잠시 쉰 후에, 각자 맡은 연구 과제를 시작하게 됩니다. 충분히 쉬고 다음 학기를 잘 준비하는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사람을 돕는 일은 쉽게 지치는 일이고 게다가 어려운 재정은 간사들의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기에 여러분의 기도 동역이 꼭 필요합니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 마무리 할 일은 은철, 은하 간사 가족이 사는 나니아 집의 바닥 난방공사입니다. 성실한 업자를 보내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살림을 꺼냈다가 다시 넣는 복잡함 속에서 온 가족이 병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모경, 춘성, 인경 간사의 건강 회복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라며, 혜진이 등록금을 위해서도 계속 기도부탁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기도가족 여러분, 여러분의 기도의 동역으로 또 보내주신 헌금의 손길로 힘이 닿는 대로 저희와 함께 일해 주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름을 추스르시면서 믿음의 수확을 향하여, 성령의 열매를 얻기 위해 무르익어가는 축복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 16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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