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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아무리 잘 들던 부엌칼도 자주 쓰면 무디어지듯이, 요즘 저는 강의하고 상담하고 설교하는 것이 옛날 같지 않게 점차 무디어져 가고 녹 쓸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나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긴장과 도전이 별로 없었거나, 사용법이 별로 안 좋았거나, 너무 오래 동안 갈고 닦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디어지고 녹 쓴 칼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저에게도 고생입니다. 사실 고생만 아니라 힘도 더 들고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솔로몬이 잘 지적했습니다. “철 연장이 무디어졌는데도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전도서 10:10)

그러면 저의 무디고 녹 쓴 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일 쉬운 방법은 나이도 있으니 ‘무디면 무딘 대로’ 살다가 이대로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뚱딴지같은 방법이 하나 있다면 날카로울 필요가 없는 전혀 다른 일을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솔로몬의 잠언 27:17의 말씀을 따르는 것입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잠언 27:17) 표준새번역에서는 “쇠붙이는 쇠붙이로 쳐야 날이 날카롭게 서듯이, 사람도 이웃과 부딪쳐야 지혜가 예리해진다.”고 번역을 했습니다. 이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고 적용할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철은 철이 날카롭게 합니다. 여기에 “철(iron, 바르젤)”이라는 말은 무엇을 ‘자르거나 찌르는 연장’을 말하며, 칼이나 도끼, 창, 화살촉, 바늘, 침 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연장의 공통점은 날카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무디면 쓸모가 없는 물건들입니다. 그래서 여기의 “날카롭게 한다(sharpens, hadad)”는 말은 ‘끝을 뾰족하게 하다’, ‘서슬을 시퍼렇게 서게 한다’, ‘기세 따위가 격렬하다’, ‘빛나게 하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좋은 칼과 연장을 만들려면 철끼리 서로 부딪히게 하여 날카롭게 갈고 다듬는 것이 최고입니다.

둘째, 사람은 지혜로운 친구가 날카롭게 합니다.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는 말씀은 앞의 “날카롭게 한다.”는 말과 같은 ‘하 다드’라는 말인데, 철은 철이 날카롭게 하듯이 사람은 지혜로운 친구가 날카롭게 갈아주기에 좋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친구에는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친구는 “거만한”(잠언 1:22) 사람이며, “방자하여 스스로 날뛰는”(잠언 14:16) 사람이며, “성급하게 굴고 잘 참지 않는”(잠언 14:17) 사람입니다. 반면에 지혜로운 친구는 “참된 우정으로 듣기 싫은 소리도 해주고”(잠언 27:6), “속에서 우러나오는 우정으로 나무라기도 하고”(잠언 27:9), “마음의 정결을 사모하는 자의 입술, 혹은 깨끗한 양심을 지니고 사람의 마음을 끌도록 말하는 사람”(잠언 22:11)입니다.

셋째, 우리는 무디고 녹 쓴 칼을 날카롭게 다듬어 줄 지혜로운 친구가 절실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하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런 친구들을 멀리하고 어리석은 친구들을 가까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잠언 13:20에 보면,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미련한 자와 사귀면 해를 받느니라.”고 했는데, 우리는 지혜로운 친구보다는 마음 편하게 놀 친구들이나, 자주 만나도 배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나, 듣기 좋은 소리만 해 주는 친구들을 사귀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은 실패(잠언 13:20)와 퇴보(잠언 1:32) 그리고 패망(잠언 16:18)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입니다. 만약 저와 여러분이 영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세계관적으로 여전히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칼이 되기를 바란다면 만날 때마다 날카롭게 해 주고, 녹을 벗겨주고, 다듬어 주고, 빛나게 해 줄 친구를 사귀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최고로 좋은 친구는 “인자는 ...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하신 예수님이고(마태복음 11:19), 형제보다 친밀하고 가까이 있는 친구들입니다.(잠언 18:24) 많은 사람을 만나는 여름철에는 고 함석헌 선생의 ‘그대 이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구가 생각납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라브리는 6월 11일에 여름학기를 시작하여 8월 19일까지 수많은 손님들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머무는 학생들은 적으나 잠간동안 다녀가는 손님들이 지난주만 해도 20명이 넘었습니다. 주말 강의는 이태희 교수(7.2-3, 한의학 특강), 안종철 교수(7.17, 한국근현대사), 구은실 원장(7.18, 내과 의사가 본 다이어트), 백성욱씨(7.24, 좌파지식인들의 계보), 방계원 원장(8.1, 정신과 의사가 본 동성애)이 수고하실 예정입니다. 학생들과 손님들 그리고 강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설악산 골짜기에 하나님의 지혜가 울려 퍼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춘성, 수연 간사의 지호와 지민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은철, 은하 간사 가족은 온 식구가 봄부터 잔병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모경 간사도 여름을 잘 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역사학(예술사)을 전공하고 있는 저희 딸 혜진이의 마지막 학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학비가 없어서 졸업을 못하게 되더라도, 저는 혜진이가 지난 3년간 하나님의 특별한 기적과 은혜와 축복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의 꿈인 “하나님의 역사가”로 훈련 받는데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주 안에서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시고 여러분의 얼굴을 빛나게 해 줄 지혜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규칙적으로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한 푼 두 푼 모아 라브리에 보내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가 늘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0년 6월 30일

양양에서 성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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