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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라브리 소식편지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모든 기도 가족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라브리에 돌아 온지 3개월이 지나 이제야 인사를 드리는 군요. 2005년 12월, 이년 반 동안의 간사 생활을 뒤로하고 신학교 공부를 위해 라브리를 떠난 지 벌써 만으로 4년이 지났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바람과 같이 빠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브리에 돌아올 때 마치 잠시 여행 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 온 라브리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간사님들이 새로운 분들로 바뀌었고, 라브리 집 내부와 주변 또한 새로운 시설과 계획으로 떠나기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떠나는 사람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매우 이기적입니다. 다시 돌아올지 안 올지도 모르면서 이런 바람으로 멀리서 소문만으로도 실망하는 것이 사람이지요. 하지만 어느 날 다시 돌아 왔을 때, 자신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더 나아가 이후 사람들에게 기념되고 있다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너무나 큰 호의를 라브리로부터 받은 것 같습니다. 이곳에 다시 이사 온 다음날 너무 춥고 궁핍했던 지난 겨울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간사님들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따뜻한 음식들을 가지고 오셔서 조촐한 파티를 열어 주셨습니다. 그날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제가 학생이었을 때 만든 정문 현관에 있는 어설픈 신발장을 그대로 두고 제가 다시 와서 새것으로 만들어 주길 몇 년 동안 기다리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이미 합판들이 휘어서 볼품없게 변한 것들을 철거하지 않고 저의 손길을 기다렸다는 말은 충격과 감사 그리고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저희 가족의 양양 살이와 라브리 살이는 기쁨과 기대만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이사 다음날부터 학교에 출근해야 했고, 저는 몇 일후에 라브리의 봄 학기를 위한 간사 워크샵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저희 아이들은 바로 어린이 집에 맡겨져야 했습니다. 지금도 이삿짐이 다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여유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정신없는 생활이 보여 주듯, 지금 라브리는 매주 전쟁터와 같습니다. 영적인 전쟁의 최전선에서 라브리 간사들은 자신의 체력과 영성을 쥐어 짜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이전 기도편지를 통해 아시고 계시겠지만 이번 학기는 특별히 헤펠레라 하는 독일계 하드웨어 회사에서 보내주시는 믿지 않는 분들 5명에서 6명이 매주 4박 5일 동안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에게 영적, 육적인 쉼과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저희 간사들은 긴장 가운데 마치 4박 5일 수련회를 매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봄 학기에 오는 일반 학생들과 동시에 하려고도 했지만 이분들에게 집중하려고 다른 학생들은 받지 않기로 결정 했습니다. 이미 25명이 다녀갔습니다. 대부분 처음 오시는 분들이지만 이분들 중에는 이전에 라브리를 다녀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마치 가족과 같이 서로를 알아보고 즐거워했습니다. 또한 처음오신 분들이나 다시 오신 분들 모두들 영혼의 쉼과 영적인 고민을 이 곳 라브리에서는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고민 할 분위기와 자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간사들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간사들은 많은 어려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때는 우리의 조급함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였고, 어쩔 때는 우리의 지나친 배려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그냥 보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정확한 시간과 때를 알아보는 지혜와 복음을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전할 수 있는 지식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하며 또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연구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열매를 거두시는 것 같습니다. 오신 분들의 입에서 기도가 나오고 신앙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기독교에 대해서 오해 했던 것을 고치고 가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자신이 학생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던 질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결론을 내리길 ‘신만이 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게 어떤 질문이냐고 물어보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지금은 가족들을 돌보고, 대출금 갚는데 정신없이 살고 있어 생각 하지 못했는데, 라브리에 와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러면 하나님에게 물어 봤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 그걸 안했군요.’라고 하며 이제 물어 봐야 할 때가되었다고 대답하더군요. 전 그분이 그 질문에 답을 하나님 안에서 찾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에게만 그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들도 대한민국의 이런 청년들이 돈의 고삐에 매여 하루하루 끌려 다니기 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고 참 자유를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봄 학기에는 특별한 분들이 오셔서 강의와 토론을 도와 주셨습니다. 멀리 영국에서 오신 김북경 장로님과 신시아 사모님은 라브리에서 3주 정도를 머무시면서 4번의 강의와 토론에 참여 해 주셨습니다. 김북경 장로님은 2주 동안 화요일 첫 강의를 ‘Good Sex’라는 주제로 라브리에서 가장 활기 찬 토론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지금은 영국으로 돌아가신 김북경 장로님과 신시아 사모님의 건강과 하나님께서 이분들을 통해 하실 일을 위해 기도부탁 드립니다. 또한 신갈렙 선교사님께서 오셔서 두 번의 강의를 인도 해 주셨습니다. 기업을 하셨던 분답게 헤펠레 분들의 관심사와 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히 암말기의 환자이신 선교사님께서 그렇게 생기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것 자체가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 했습니다. 신갈렙 선교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부탁 드립니다.

이렇듯 이곳 양양 산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영적인 전쟁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사람과 물질로 한 팀을 이루어 치러지고 있습니다. 간사들 혼자가 아닌 여러분들의 기도와 지원, 가끔 바다 건너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전해 오는 수표가 들어 있는 편지, 김장로님 부부나 신갈렙 선교사님과 같은 분들의 대가없는 섬김이 라브리의 사역을 빛나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배우가 시상식에서 자신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라고 말하던 시상 소감은 우리 간사들의 고백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브리는 4월 12일부터 25일 까지 두 주간 중간 휴식을 갖고 한주 더 연장하여 5월 15일 까지 열게 됩니다. 중간 휴식 기간 동안 성인경, 박경옥 간사는 스위스 라브리에서 열리는 국제 라브리 회의에 참석하게 됩니다. 두 분의 건강과 안전한 여행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5월 21-22일에 경기도 이천 영어마을에서 열리는 홈스쿨 수양회(http://www.dcty.co.kr/conference/)에 주 강사로 두 분께서 섬기게 됩니다. 홈스쿨 제1세대로서 성인경 간사 가정의 성공과 실패의 지혜를 진지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도해 주세요. 중간 휴식 기간 동안 다른 간사들은 휴식과 함께 나머지 헤펠레 학기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여 잘 준비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환절기에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라브리의 아이들이 모두 감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가희, 한희, 지호, 지민)의 건강과 적응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겨울이 지났는데도 겨울이 아직 미련이 남아 있나 봅니다. 날씨만이 아닌 우리 마음도 잘 놔 주질 않는 군요. 오늘은 라브리에 오면서 개나리 한 송이만 볼 수 있어도 내 마음과 몸의 모든 긴장이 다 눈 녹듯 풀릴 것 같은 데라고 중얼 거렸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불안한 상황에 아마 모든 사람들이 안절부절 하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다 날씨도 쌀쌀합니다. 하지만 부활주일을 지내며 이렇게 생각 해 봅니다. 왜 우리 기독교인들은 부활절을 봄에 지킬까? 저는 유월절을 현대 달력으로 환산한 이유만이 아닌 부활절이 꼭 봄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겨울 산과 벌판을 보면 생명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생명이 멈춰버린 곳에도 봄이 오면 언제 그랬느냐며 생명이 불일 듯 일어납니다. 부드러운 생명이 딱딱한 땅을 비집고 활동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죽음에서 다시 사신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계절이 있을 까요? 봄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봄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에도 봄을 주실 것입니다. 모두들 다음 기도편지가 도착 할 때 까지 봄이 주는 생명의 즐거움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0년 4월 8일

이춘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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