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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름을 잘 지내셨는지요? 저희는 여름학기를 마친 후 방문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온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늘 그렇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새 아침을 맞을 때마다 보물 같은 시간들을 아끼고 쪼개어 쓰려고 하지만 시간은 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로 훌쩍 달아나 버립니다.

지난 학기는 일손 부족으로 처음부터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짐을 야무지게 했지만 역시 두 가정이 식사와 빨래 그리고 강의, 개인지도까지 다 감당하기는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바울 사도가 고백한 대로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12:10)는 말씀을 좀 더 배우고 경험하는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방학을 맞은 남자 대학생들이 많이 왔습니다. 모두들 자신들이 안고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 학문과 신앙 사이에 갈등을 느끼는 학생, 졸업 후 진로를 앞두고 고민하는 학생, 이원론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프란시스 쉐퍼의 사상을 연구하려고 온 학생,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잠시 쉬러 온 사람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세계관 공부는 물론 공부모임도 두 개나 되었고, 학기 말에는 오랜만에 시험이 부활되어 그동안 얼마나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체 5주 중에서 3주 이상 미국인들과 뉴질랜드 사람이 같이 있어서 영어와 음식 때문에 힘들기도 하였지만 학생들이 다문화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각자 처소로 돌아가서 배운 대로 잘 살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안종철 박사님의 한국 근현대사 강의는 명 강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기독교가 한국 근현대사에 훨씬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인상깊었고 또한 감사했습니다. 방계원 정신과의원 원장님의 공개강좌 ‘자살’은 어찌나 반응이 좋았던지 라브리 학생들뿐 아니라 참석하신 양양의 목사님들과 주위 분들로부터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좋은 강사들을 멀리까지 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산골짜기에서도 명강의를 계속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름 학기 중에 저희 아버님(성필방 장로님)의 조촐한 팔순잔치가 있었습니다. 멀리서 온 가족 17명과 라브리 식구들까지 약 30여명이 함께 축하했습니다. 아버님은 아직도 건강하셔서 젊은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십니다. 저희 부부가 제대로 섬기지는 못하나 두 분의 건강한 모습을 오랫동안 뵙고 싶습니다. 두 분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 즈음에 인간문화재 전수자이신 ‘소봉(素峯) 강대욱’ 선생님께서 손수 제작, 기증해 주신 서각 현판 「라브리공동체」를 입구에 세웠습니다. 이 예술품에서는 탁월한 기술뿐 아니라 사랑, 정성과 땀방울이 나뭇결 사이사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라브리 마당에 있던 돌무더기도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수십 차례 왔다 갔다 하며 깨끗이 치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일들을 이틀 사이에 어떻게 다 처리 했나 생각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감당한 것 같습니다.

가을학기는 일정이 변경되어 10/9에서 12/3까지 8주 동안 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라브리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시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가을 학기에 헬퍼로 일하게 되는 최모경씨가 라브리에서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을 갖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철. 은하 간사의 큰딸 가희는 중국에서 전학 온 후에 많이 안정이 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작은 딸 한희는 체력이 부족하여 자주 유치원을 쉬곤 합니다. 낯선 한국 학교와 사람들이 북적대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버리는 라브리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논문준비를 하고 있는 기진이가 지치지 않고 성령님의 지혜와 힘으로 해나가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작년 가을부터 허리가 아파 고생해 온 혜진이는 그동안 아픈 허리를 가지고 사는 법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학비가 없으면 공부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아이가 어느새 3학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장학금을 보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9월 말까지 약 5,000불이 더 필요하오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자기 진로를 찾아야 하는 의진이도 여러분의 기도에 기억해 주십시오. 아이들 생각만 나면 하나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저희 간사들은 학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몸이 아파도 웬만하면 견디고, 정말로 필요하지 않으면 자신을 위해서는 생필품조차 구입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필요를 우선하다보면 정작 저희 자신의 영적 상태를 돌아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쉬는 기간 동안, 한 사람의 성도로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도를 더욱 깊이 깨달으며 그 삶에 더 깊이 동참하는 사람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려운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라브리를 위해 기도와 헌금을 해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여러분께 특별히 기도를 하나 더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춘성, 김수연 간사가 내년 1월부터 라브리 간사로 복직하게 됨에 따라 그 가정을 위한 집이 필요합니다. 지호(남/4세), 지민(여/5개월)이와 함께 네 식구의 보금자리요 일터가 될 집입니다. 라브리 안에 집이 마련되지 않으면 라브리 바깥에 집을 얻어야 할 형편입니다.

요즘처럼 나라가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님의 백성들이 깨어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돕는 저희 역시 큰 부담이 됩니다.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태복음 5:37)는 말씀을 읽으며 저희는 물론 라브리 기도 가족 여러분도 깨어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2009년 8월, 여름의 끝자락에

박경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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