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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라브리 소식편지

라브리 기도가족 여러분,

지난 한달 동안도 평안하셨는지요? 저는 지난 3월부터 라브리에서 일하고 있는 서은철 간사입니다.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감사

저희 가족이 라브리에 합류하면서 많은 분들이 라브리의 재정을 염려해 주셨다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라브리의 재정보고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다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신실하게 채워주셨고, 추방된 후에도 먹을 양식이 없어 굶지 않았고 옷이 낡아 떨어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제 머리 속에는 라브리에 들어와 이 산골짜기에 있으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우리의 필요들을 채울 수 있겠는가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기가 막히게 먹이시고 입히셨던 흔적들을 정리하다보니 물질에 대한 제 염려는 아침 햇살에 안개가 걷혀나가는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과연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시고 이삭의 하나님이시고 야곱의 하나님이시며 저의 하나님이셨습니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도 이 놀라운 사실을 경험했기에 미국을 떠나 스위스 산골짜기까지 들어가 ‘믿음선교 Faith Mission’를 통해 평생 동안 오고 가는 사람들을 섬기셨을 테지요.

혼란스런 시대 상황에서 하나님을 찾기

저희가 라브리에서 이런 하나님을 경험하는 동안에도 나라 안팎은 지난 한 달간 무척이나 시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하는 미증유의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북한에서는 3대째 권력을 세습한다 하면서 핵미사일을 쏘아 올려 전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이제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호전세를 보여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전처럼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이며 하나님만이 우리의 통치자가 되신다는 사실을 공부하고 찾기 위해, 라브리 도서관에서는 지난 학기에도 그 불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았습니다.

5월 학기 학생과 손님들 이야기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을 해 왔고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신앙을 물려받았지만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가?” 라는 실존적 질문에 부닥쳐 그 답을 찾기 위해 라브리에 온 동민씨는 쉐퍼의 <참된 영성 True Spirituality>과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Mere Christianity>를 읽고는 <참된 기독교와 순전한 영성 True Christianity & Mere Spirituality>라는 멋진 글을 남기고 갔습니다. 국제선교단체에서 비서 일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도왔던지라 한 달 동안 라브리의 모든 텃밭을 경작하다가 간 경민씨는 <인간, 하나님의 형상>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의진군을 비롯해 대전에서 외고를 다니다 잠시 휴학하고 라브리에 들어온 다슬양과 미국으로 진학을 하기 전 마지막 시간을 라브리에서 공부하게 된 하은양은 라브리 역사상 처음으로 개설된 청소년 스터디 그룹에서 <이기적인 돼지, 라브리에 가다>와 <나의 세계관 뒤집기>로 기초 세계관 공부를 인경간사와 아주 재미나게 공부했습니다. 미국에서 할머니와 함께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라브리에 온 Nathan 군은 일주일간 머물면서 ‘하나님 나라와 정의 Kingdom of God and Justice’라는 주제를 공부하고 돌아갔고,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잠시 휴가를 내고 찾아온 보경씨와 국제적인 NGO 사업부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사흘간 라브리를 경험하고 돌아간 연수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학기의 하이라이트는 영국에서 찾아온 노 부부와의 만남에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바로 저희 라브리 도서관 (Kim & Cynthia Library) 이름의 주인공인 김북경 목사님과 신디아 사모님이십니다. 그분들의 일주일간의 방문은 저희 모든 라브리 식구들을 무척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40여 년 전 스위스 라브리를 찾아간 한국인 청년과 9년 연상의 영국인 처녀 간사와의 떠들썩했던 러브스토리 뿐 아니라 라브리와 런던한인교회, 에스라 성경대학원에서 보냈던 그분들의 신앙 여정, 그리고 인생 철학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들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사 테이블에서마다 들려주시던 김북경 목사님의 그 썰렁한 유머와 함께 말이지요. (신디아 사모님이 그때마다 만회하시느라 무척 애쓰셨답니다.) 김 목사님 내외분이 라브리에 계실 때 또 다른 한 노 부부가 라브리를 방문하셨는데 바로 인경 간사의 부모님 두 분이셨습니다. 여든의 성 장로님께서는 비록 사흘밖에 머물지 않으셨지만 그 짧은 시간에 라브리 주변의 잡목들을 몽땅 잘라주고 가셨습니다. 청년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시는 것을 보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어르신의 뚝심과 젊은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아마도인경 간사의 뜨거운 열정은 그의 아버지 성 장로님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이고 경옥 간사의 그 조용한 성품은 시모 되시는 한 권사님으로부터 배우지 않았을까요?

진리를 향한 추구

저희 간사들은 이렇게 5월 학기에도 라브리를 찾아 온 학생 및 손님들과 함께 밥을 먹고 토론하고 땀을 흘려 일을 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때로는 식탁토론에서 풀리지 않은 질문들은 일을 하면서 이어지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잠시 앉아 쉬는 시간이이라도 나면 곧바로 릴레이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또,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대를 가리켜 ‘생각하지 않는 세대’라고 부르는데 라브리에 들어오면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하게 되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학생들도 가끔 있습니다. 진리를 갈구하다가 한 밤 중에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가 진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주님을 만나 영생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런 고민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어졌습니다. 화요일과 주일저녁에는 양양중앙감리교회의 전인석 목사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시간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보는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는 얼마나 뜨거운 감자였던지요. 신디아 사모님은 그 영화의 내용들을 계시는 내내 이야기하시면서 교육에 대한 토론을 주도 하기도 하셨습니다. 가슴 벅찬 감동으로 본 필립 슈톨츨 (Philipp Stolzl) 감독의 <내 사랑 아이거 North Face>는 2차 세계대전 스위스의 아이거 북벽(North Face)을 등반하는 등산영화였는데 등반 중 낙오한 한 사람을 목숨을 걸고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모든 대원들이 다 희생되어지는 내용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희생’이란 주제로 다양한 토론들이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여름을 기대하며

이제 그 시간들을 추억 속으로 보내고 어느 듯 여름 학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여름 학기에는 지난 봄 학기에 수고로이 경작되어진 텃밭에서 열리게 될 풍성한 열매들을 거두어 먹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심은 사람은 먹을 수 없으나 그 수고로 다음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 과연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수고들이 우리 대에 누릴 수 없을지는 몰라도 우리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다면 지금 마땅히 내 앞에 주어진 일 앞에 충성스럽게 일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사, 헬퍼 근황과 기도요청

인경 간사는 쉬는 기간에도 서울로 군산으로 여러 곳에서 강의와 세미나를 인 도하고 계십니다. 불편한 발과 시간적 어려움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다니시는데 장거리 운전에 건강을 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안전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인경간사님이 운전하는 차는 10년이 훨씬 넘은 낡은 차인데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겠습니다. 경옥 간사는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쉬는 기간에도 편히 앉아 계실 수가 없는 듯 합니다. 두 세분이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사람들을 가득 실은 대형버스가 라브리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젊은 저도 가슴이 떨리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손님일지라도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했던 아브라함을 생각하며 저희가 손님들을 잘 대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인경 간사 댁 막내아들 의진 군은 지난 학기에 또래의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던 것이 신이 났던지 오카리나 부는 솜씨가 여간 늘어난 게 아닙니다. 5월 마지막 주에는 양양중앙감리교회와 같이 갔던 야외 예배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탁월한 연주솜씨를 뽐내기도 했답니다. 의진군은 지난 4월에 시험을 쳤던 검정고시를 합격했으며 이제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멀리 캐나다에 있는 기진군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혜진양은 오빠와 지내며 예술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인 은하 간사는 이제 라브리 간사로서의 생활에 익숙해 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평생 목사 사모로서만 지내다가 함께 일을 하는 간사로 동역하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병나지 않고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큽니다.

저의 두 딸은 이제 양양생활에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막내 한희는 언제나 자신감에 넘쳐 유치원에서도 많은 친구들을 사귄 것 같습니다. 다만, 큰 딸 가희는 아직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관계를 아직까지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이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지난 학기에도 헬퍼(helper)로 수고했던 정원씨는 방학이 되어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정원씨는 지난 2년 동안 헬퍼로 있으면서 많은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지난 학기에는 특별히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정원씨가 지금 자신의 진로를 놓고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나 하나님께서 정원씨의 진로를 잘 이끌어 주시기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는지 자주 비가 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려서 라브리 건물이 수해를 입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름학기에는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라브리 재정이 부족해서 그들을 받기 어려워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이번 여름에는 라브리를 찾아오는 수많은 학생들을 도울 손길들이 모자랍니다. 저희가 일하다가 쓰러지거나 병나지 않도록 도고해 주십시오.

모두가 희망을 찾지만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시대에 아모스 선지자의 고백에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씀으로 마지막 인사를 갈음하며 2009년 여름학기, 또 한번의 도전을 응원해 주십시오.

산을 지으시고 바람을 일으키신 분, 그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시고 새벽빛을 어둠으로 바꾸시는 분, 이 땅의 높은 곳 위로 걸어 다니시는 분, 그 분의 이름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이시다. (아모스 4:13)

2009년 6월 17일

여러분의 기도의 능력을 경험하며 살기를 소원하는

서은철 간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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