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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낯선 사람들에게 버릇없이 짖어대던 우리 집 개 ‘이레’와 ‘맵씨’도 요즈음은 시무룩합니다. 몰래 과자도 던져주고 남은 밥도 가져다주던 학생들이 없으니 그런 가 봅니다. 한 학기를 마칠 때마다 개들만이 아니라 저희들도 병을 앓는 것 같습니다. 수북이 쌓였던 이불 더미가 세탁기에 들어가 학생들이 남긴 체취를 다 씻어버리는 것도 못내 아쉬웠고, 부쳐달라며 남겨놓은 그들의 가방들을 빨리 보내버리기 위해 우체국에 싣고 가다가, “가방을 안보내면 다시 찾아오겠지?”라며 한 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겹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겨울에 이 설악산 기슭까지 찾아온 학생, 손님 약 200 여명을 대접하고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저희 부부의 힘으로는 불가능 했습니다. 먼저 여러분의 기도와 헌금이 있었고, 강의와 영화 상영 등 지역에 계시는 여러 목사님들과 방계원 정신과 원장, 밤낮 없이 수고한 문규, 모경, 정원, 민현, 보경 등 협동간사들(Helpers)의 도움도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지는 지난 학기를 마치고 돌아간 사람들이 보내 준 편지들을 일부 소개하고 기도를 부탁하고자 합니다.

정원이가 보내 온 편지입니다. “현진씨와 보희씨가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제게는 너무나 맛좋고 달콤한 초콜릿 같고,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 같았어요. 하나하나를 음미하는데 그 향에 취할 것 같더라고요. 물론 전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도 무지 많았고, 학기 초반에 정직하게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억지로 대답해보려다 학생들한테 사기도 치고, 제 공부에도 집중 못하긴 했지만요... 한 학기 동안 찬송씨는 화장실 정리를, 현진씨는 차 설거지를, 영남씨는 빨래를 도와주셨지요.”

현진이는 성경의 무오성을 공부하고 갔고, 보희는 믿음의 기초를 점검하고 갔고, 영남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갔고, 그 밖에도 예비 대학생 혜현이는 기독교가 객관적인 진리라는 것을 공부하고 갔습니다. 정원이가 처음 라브리를 찾아왔을 때 고백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는 어릴 때는 이원론적인 영성에서 헤매다가 대학생 시절에는 ‘신의 음성’을 듣는 등 신비주의를 지나서 이제 청년이 되어 냉소주의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는 데는 불과 7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민현, 보경 집사가 보내 온 편지입니다. “라브리에서의 3주가 저희 가족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겨울학기 학생들과 간사님께서 마련해주신 제 생일파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거창한 신학이론이나 교리도 아니고 신령(?)하고 거룩한 종교적인 언어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소박하게 믿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이야기... 저도 작고 가난한 것들을 가지고 부요하고 풍성하게 누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주위에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민현, 보경 집사는 막내 딸 하은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겨울 학기를 라브리에서 보내고 가셨습니다. 도저히 5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학생 청년들과 곧 잘 어울리고, 특히 민현 집사의 진한 농담에 배꼽을 잡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며, 한국 라브리 설립 후 처음으로 춤과 노래로 종강파티를 열 정도로 정열적인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사업과 교회에서 맡은 직무를 위해 기도가 필요합니다. 하은이는 봄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한답니다.

지난 겨울에는 기다리던 아프리카 가나 사람들은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해 입국을 못했으나 케빈 Kevin, 태린 Taryn, 엘리스 Ellis 등 미국인이 세 명 다녀갔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태린은 “한국에 온 이후로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는 안부를 전해 왔습니다. 낯선 땅의 나그네로서, 흑인으로서, 기독인으로서 건강하고 멋진 정체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그들이 단지 영어 성적을 올리는데 만 그치지 않고 ‘언어는 다른 문화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찬송이는 혼자서 프랜시스 쉐퍼의 전집을 읽다가 파편화된 지식의 통합 가능성(신앙과 삶, 신앙과 전공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여러 번 울었다.”고 말한 대학원생인데, “라브리에 다녀온 이후에 사람들과의 대화가 이토록 즐겁고 편한지 몰랐다.”고 적어 보냈습니다. 대학원생으로, 국제문제연구소 간사로, 교회에서는 장애자들을 위한 교사로, 최근에는 존엄사 법안 반대운동가 등 매우 열심히 사는 청년입니다. 그가 시작한 정직한 대화가 많은 친구를 얻고 전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도록 기도가 필요합니다.

“라브리에서의 1개월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낭만보다는 일상의 실재였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후 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가족들과의 대화가 이토록 즐거운지 몰랐습니다. 그저 제 안의 세계에 갇혀 가족들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던 저였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가족 한명, 한명의 안부를 물으며 삶의 작은 이야기보따리들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도 크리스천, 비 크리스천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진화론, 무신론, 운명, 인간성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예전에 없던 자신감과 확신으로 인하여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런 것이 베드로가 말한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요? “너희로...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게 하려 하셨느니라.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 이런 것이 너희에게 있어 흡족한 즉 너희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에 게으르지 않고 열매 없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니와.”(베드로후서 1:4-8)

여기에서 말하는 “신성한 성품”은 1)“하나님의 형상” 혹은 “성령의 열매”라고도 할 수 있으며, 2)작은 믿음에서 시작하지만 점진적으로 발전되어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3)저절로 맺혀지는 것이 아니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특히 “더욱 힘써”라는 말은 자발적으로 성숙을 향하여 진보해 가야함을 권면하는 것이라고 하며, “더하라, 공급하라”는 말은 본래 ‘극장과 같은 무대에 쓸 공연비용을 풍부하게 공급하고 지원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저와 여러분의 삶에도 이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히기 바랍니다.

말씀에 힘입어, 다시 봄 학기(3월 6일 - 4월 2일; 5월 8일 - 6월 4일)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번 학기에 등록한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직한 질문을 가진 청년 대학생들만 아니라 예비 선교사 부부, 미국인 영어 교수, 목회자 가족, 멀리 아프리카 가나 군인 세 명 등이 예약을 한 상태입니다. 하나님께서 라브리에서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시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 지난 9년간 상해에서 한인연합교회를 섬기며 대학생청년 운동을 하던 서은철 목사가 부인 은하 사모, 두 딸 가희, 한희와 함께 곧 라브리에 들어와서 부부가 협동간사(Helper)로 봄 학기를 섬길 예정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에 서 목사는 코스타(유학생수련회)와 MK캠프(선교사자녀수련회)를 진행하는 중에 갑작스럽게 추방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여러 교회의 초청을 뿌리치고 청년대학생 사역을 위해 열악한 라브리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라브리에서 장기적으로 일할지를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와 이 가족을 여러분의 기도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청년들을 위해 다섯 번째 ‘기독교세계관학교’(3월 21일 - 4월 25일)를 개최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이춘성, 양혜원씨가 강의를 잘 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진이가 드디어 4월 12일에 고졸 검정고시를 볼 용기를 냈습니다.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월 13일부터 22일까지는 화란라브리에서 국제 라브리위원회(Members' Meeting)가 열립니다. 회의와 경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학기도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겠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2009년 3월 2일 아침에

성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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