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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중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평창동계올림픽도 열리고, 국내외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때가 되었는데도, 온 나라가 날씨만 아니라 정치나 경제, 마음까지 꽁꽁 얼어 붙어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뒷산에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이처럼 기다려지는 때도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추운 가운데서도 방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청년들이 찾아와서, 한 주간 더 연장했고, 라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올 봄에 대학교 신입생이 될 학생부터 교수님까지,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신자로부터 장로님과 목사님까지, 사랑과 진리를 찾으러 온 구도자들이 던지는 정직한 질문에 대답을 찾다 보니 추운 줄도 모르고 겨울의 중턱을 넘기게 되었군요.

이번 겨울에는 청년들을 격려차 찾아온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라브리 뒷산에 청년들을 위해 트리하우스를 지어준 정지인 집사님은 청년들이 공부를 잘 하고 있는지 둘러보러 오셨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셨고, 국민일보 구자창 기자는 <청년연가>를 읽고 현장을 보러왔다가 이틀을 같이 보내고 간 후에 특별 기사를 써 주었습니다. 부산에서도 손님이 오셨는데,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가 박보영 CCM 가수 등 여섯 명을 모시고 주일 예배를 같이 드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1:1 멘토링을 하는 ‘러빙핸즈’ 박현홍 대표와 간사들도 다녀가셨습니다. 우리와 몇 주간 같이 지내며 에세이도 쓰고, 책도 집필하고 간 두 분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한 대학생이 남기고 간 에세이의 한 대목입니다. “내가 라브리에서 발견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성경적 진리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 바른 영성이란 죄 짓는 것 외에는 모든 일이 영적이라는 것, 그리고 나의 실체는 교만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을 흔들어 놓는 지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른 영성으로 살아가고, 영적 분별력을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고비고비마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제는 튼튼하게 기초를 다시 세우고 지금보다 내진 설계가 잘 된 예쁜 믿음의 집을 다시 지어보려 합니다.”

대학생 청년들이 하루 종일 시끌벅적 거리는 가운데서도, 두꺼운 책을 한 권 탈고 하고 가신 한 교수님의 편지는 간사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맛있는 식사와 깨끗한 잠자리 그리고 세련된 지혜와 다 주는 희생에 반했습니다. 저는 지난 열흘 동안 몇 가지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흩날리던 제 신앙 지식의 조각들을 담을 수 있는 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낯선 젊은이들을 쌩얼로 이력서도 없이 만나면서, 얼굴이나 배경보다 인격을 먼저 보며 제 편견의 크기를 알았습니다. 그 동안 세상에서 알량한 리더랍시고 제가 사회를 걱정한 것들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알았습니다. 어제 라브리를 떠나며 ‘이제 시작’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하루 만에 저는 열흘 전의 일상으로 순식간에 돌아왔고 어쩌면 지금의 여운을 서서히 잊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간사님들께서 제가 라브리의 아바타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신다면, 전 ‘이제 진짜 시작’ 해 보려고 합니다. 그 식탁 그 자리 그 사람 모두 넘 그립습니다.”

라브리에 찾아온 사람들만 아니라, 저희 부부가 쓴 지난 연말에 내놓은 <청년연가>(예영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는 사람, “잘 읽었습니다.”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홍보도 하지 않고 입 소문으로 소개되는 책이라 별로 많이 팔리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한 기도가족이 보내오신 편지가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이틀 만에 전부 읽었습니다. 제가 라브리에 처음 방문했던 시기가 2001년 겨울로 기억하는데, 그때가 양양으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네요. 이후 기도편지를 통해 소식을 들으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하고 한편으로는 기도했었던, 태풍, 폭설, 산불의 위험을 넘긴 이야기, 라브리에서 쫓겨날 위기에서 김정식 장로님의 귀한 섬김으로 사역을 지속하게 된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읽으며, 라브리의 역사를 옆에서 경험하며 지켜봤다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드리기도 했습니다. ‘시골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수 있겠느냐’는 당대의 인식에 반하여 나사렛에서 예수가 태어나셨듯이, 인적이 드물고 험한 자연 한가운데에 있는 라브리를 통해 귀한 영적 양식을 얻게 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 중 한명이구요.”

복음 사역에는 언제나 협력자들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저희가 묵상하고 있는 사도행전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시디아 안디옥에서나 양양 라브리에서나 복음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다양합니다.

첫째는 “집회가 끝난 후에 많은 유대인과 경건한 이방인들이 바울과 바나바를 따르더라.”(사도행전 13:43),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48)라는 말씀처럼, 복음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다음 안식일에도 이 말씀을 하라.”(42)는 대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극적인 반응과 호감을 보인 사람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셋째는 “시기가 가득하여 바울과 바나바가 말한 것을 반박하고 비방하거늘”(45), “유대인들이 귀부인들(고위층의 부인)과 유력한 사람들(고관이나 지역 유지들)을 충동하여 바울과 바나바를 박해하게 하여 그 지역에서 쫒아내니”(50)라는 말씀처럼, 노골적인 반대자들이나 비난자들도 있었고, 때로는 박해자들도 있었습니다.

라브리도 이런 다양한 반응을 각오하고 묵묵히 일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매일 “이력서도 없이 쌩얼”들에게 식탁과 생활을 나누는 충성, 삼원, 경옥, 인경 간사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아신대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는 줄리아와, 올 봄부터 한양대사이버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는 혜진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라브리 채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이상기, 지현우, 김진형, 김원호 성도 가족이 성숙한 전도자들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부터 라브리에 와 계실 제 모친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매일 주님께서 여러분과 순간순간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8년 2월 7일

양양에서 인경 올림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1. 올 여름 학기(7월 16일 ~ 8월 26일) 중에도 청년 기독교세계관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작년처럼 자기가 연구한 글을 발표하고 싶거나, 발표하는 글을 듣고 토론하고 싶은 사람들은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라브리는 동계올림픽 기간과 설 연휴에는 쉬고, 3월 1일 - 4월 1일까지 다시 열 예정입니다.
  3. 3월 학기에는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다음과 같은 책에 대해 토론할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참석하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3.09-10: 프란시스 쉐퍼의 <이성에서의 도피>
    • 3.16-17: 스티브 윌킨스, 마크 샌포드의 <은밀한 세계관>
    • 3.23-2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 3.30-31: 박경옥, 성인경의 <청년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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